금산분리 찬반 쟁점
새 정부 ‘금산분리 완화’ 실행하나
이명박 당선인쪽 “공약한대로…총선 뒤 추진”
“삼성-우리은행처럼 ‘사금고화’ 불보듯” 논란
이명박 당선인쪽 “공약한대로…총선 뒤 추진”
“삼성-우리은행처럼 ‘사금고화’ 불보듯” 논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쪽이 금산분리(대기업의 은행소유) 완화 추진을 거듭 확인했다. 현재 방침대로라면, 새 정부에서는 내년 총선 뒤 금산분리 정책이 단계적으로 풀리면서 대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를 최대 15%까지 허용해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과 전문가들 상당수는 금산분리 완화에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하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31일 “이 당선인이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 그 방향으로 나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 대변인은 이날 <에스비에스> 라디오 ‘백지연의 전망대’에 출연해 “외국계 기업은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주 대변인은 산업은행 분리매각 문제에 대해선 “아직 인수위에서 큰 정책의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지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 5월 한 특강에서 “금산분리 원칙의 지나친 강조로 국내 은행의 외국 자본 지배가 심화되고 역차별이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은행법에는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까지 소유할 수 있지만 4%를 초과하는 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 놓았다.
이 당선인의 경제공약 개발을 담당했던 강명헌 바른정책연구원 정책실장(단국대 교수)은 31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금산분리는 단계적으로 완화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하지만 그 시기는 아무래도 내년 4월 총선이 지난 뒤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수위 쪽에선 4%로 묶여 있는 대기업의 은행지분 의결권 한도를 10%로 확대하고, 제도적 장치를 보완한 뒤 15%까지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기업 뿐만 아니라 연기금이나 수백개의 중소기업이 은행을 공동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 비자금 사건’에 우리은행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금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산분리가 지켜지고 있는데도 론스타와 같은 투기자본이 국내은행을 인수했는데, 금산분리를 풀어버리면 외국 산업자본의 국내은행 소유를 막을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단계적 완화에 대해 “삼성그룹은 우리은행에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비자금 사태에서 보듯 은행을 사금고화했다”며 “삼성이 우리은행 지분을 5%, 10%만 갖더라도 우리은행은 ‘삼성은행’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영만 금융감독위원회 홍보관리관은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금산분리와 관련해서는 금감위원장이 견지해왔던 (금산분리 유지)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