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평화통일 헌법 고려해야” 통일부 유지 목소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짜며 통일부의 대외정책 기능을 축소·폐지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북관계의 현실과 특수성이 무시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이명박 당선인 쪽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4일 외교부 업무보고 뒤 “청와대와 통일부 등에 흩어져 있는 대외정책 기능을 한군데로 통합해 조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정부 조직 개편의 큰 틀 안에서 종합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에 제출된 정부조직 개편 보고서들은 남북관계 총괄 부서인 통일부를 폐지·축소해 △외교통상부에 흡수(서울대행정대학원안) △국무총리실 산하 남북교류협력처로 축소(한반도선진화재단안) △외교부와 통합(한나라당안)하는 안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이 핵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를 풀겠다는 자세인데다 인수위의 8개 국정과제에서 남북관계는 빠져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지난 10년 동안 확대된 통일부의 기능이 새 정부 출범 뒤 축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조항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인 남북관계 △남북경협 수요 급증 등을 들어 통일부가 계속 독립된 정부부처로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명박 당선인의 후보 시절 남북관계를 자문한 남성욱 인수위 자문위원은 “통일 지향 정부가 통일부를 없애거나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고 “통일부는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재정 장관 시절 통일부가 너무 일을 벌여 놓았다”며 “일부 지원 기능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외교부와 통일부 통합론에 대해서는 남북관계는 외교가 아니란 반론이 거세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민족 내부의 특수 관계인 남북관계가 나라와 나라 간 관계인 외교가 아닌데 어떻게 외교부에 맡길 수 있냐”고 지적했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북쪽은 남북관계를 외교 관계로 보지 않기 때문에 외무성이 아니라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대남관계를 맡는다”며 “북쪽 통전부는 조직 논리상 남쪽 외교부를 대화 상대로 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가 이념에서 벗어나 정말 실용적으로 하려면 대북정책을 국가발전 전략으로 보라는 지적도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남북관계가 안정돼야 해외투자가 들어오고, 원자재 문제가 해결되며 시베리아 진출 접근성이 강화된다”며 “중국에서 철수한 해외진출 기업들의 새로운 활로 모색 등에 북한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 업무 가운데 탈북자 정착지원과 조선협력단지 조성 등은 관련 부처로 넘기거나 유관 부처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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