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은행 업무보고에서 경제1분과 장수만 전문위원(왼쪽 세번째부터), 백용호 위원, 강만수 간사 등 인수위원들이 한국은행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통화정책도 정부와 보조 맞출 필요 있다” 발언
‘경제 살리기’ 명분 내세우며 통화정책 개입 시사
한은 ‘물가 · 부동산 안정’ 정책 기조와 마찰 우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흔드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강만수 인수위 경제 1분과 간사는 9일 열린 한은의 인수위 업무보고 뒤 기자들과 만나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정부 정책 기조와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독립성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무게중심은 한은의 통화정책도 정부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쪽에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강 간사는 지난 12월26일에도 “경제 성장의 제1원칙은 저금리와 저세율”이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보다는 경제 성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부처가 아닌 한은이 이날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애초 한은은 인수위 업무보고 일정에 없었으나, 인수위가 뒤늦게 ‘업무 협의’라는 형식으로 자리를 마련했다. 인수위는 사전에 ‘7%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한 한은의 정책 방향’을 업무보고 내용에 포함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업무보고 뒤 “한은의 기본 사명이 물가 안정에 있다는 점에는 전혀 이견이 없었다”면서도 “통화정책 수단이 오로지 부동산을 잡기 위한 것은 아니며, 통화량의 과격한 조절이 경기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의견이 오갔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는 전제 아래,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통화정책의 고삐를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인수의의 이런 견해는 그동안 물가 안정과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시중 유동성을 죄어야 한다는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한은의 고위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새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정부가 통화정책에 직접적으로 간여하려 들 경우 애써 이룩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다시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한은의 견해에 동의하는 의견이 많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지난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로 이미 물가 안정 목표치를 넘어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통화정책에까지 영향을 끼치려 한다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물론 금융시장 안정도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한은 역시 스스로 성장이나 고용과 같은 목표를 통화정책에 반영하려는 고민을 조금 더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들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물가 안정뿐 아니라 고용과 성장 등 다른 목표들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 모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경제 살리기’ 명분 내세우며 통화정책 개입 시사
한은 ‘물가 · 부동산 안정’ 정책 기조와 마찰 우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흔드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강만수 인수위 경제 1분과 간사는 9일 열린 한은의 인수위 업무보고 뒤 기자들과 만나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정부 정책 기조와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독립성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무게중심은 한은의 통화정책도 정부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쪽에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강 간사는 지난 12월26일에도 “경제 성장의 제1원칙은 저금리와 저세율”이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보다는 경제 성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부처가 아닌 한은이 이날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애초 한은은 인수위 업무보고 일정에 없었으나, 인수위가 뒤늦게 ‘업무 협의’라는 형식으로 자리를 마련했다. 인수위는 사전에 ‘7%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한 한은의 정책 방향’을 업무보고 내용에 포함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업무보고 뒤 “한은의 기본 사명이 물가 안정에 있다는 점에는 전혀 이견이 없었다”면서도 “통화정책 수단이 오로지 부동산을 잡기 위한 것은 아니며, 통화량의 과격한 조절이 경기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의견이 오갔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는 전제 아래,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통화정책의 고삐를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인수의의 이런 견해는 그동안 물가 안정과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시중 유동성을 죄어야 한다는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한은의 고위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새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정부가 통화정책에 직접적으로 간여하려 들 경우 애써 이룩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다시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한은의 견해에 동의하는 의견이 많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지난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로 이미 물가 안정 목표치를 넘어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통화정책에까지 영향을 끼치려 한다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물론 금융시장 안정도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한은 역시 스스로 성장이나 고용과 같은 목표를 통화정책에 반영하려는 고민을 조금 더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들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물가 안정뿐 아니라 고용과 성장 등 다른 목표들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 모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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