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안 나오기까지
이 당선인 3차례 ‘퇴짜’
각 부처는 치열한 로비
이 당선인 3차례 ‘퇴짜’
각 부처는 치열한 로비
“개편안의 뼈대는 이미 초기에 13부2처로 정해져 바뀐 적이 없다. 하지만 부서간 업무 범위를 정하느라 완성된 조직개편안만 3차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완 지시를 받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한 16일, 박재완 인수위원회 정부혁신·공공개혁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이렇게 작업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정부조직 개편안은 철저한 보안 속에 만들어졌다. 조직개편 작업에 참여한 이명박 당선인과 박재완 인수위원회 정부혁신·공공개혁 태스크포스(TF) 팀장, 박형준·곽승준 기획조정분과위 인수위원,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 등은 밤샘 작업과 마라톤 회의를 거듭했다. 휴대전화는 거의 받지 않았다. 박 팀장은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한번 회의를 하면 짧게는 4~5시간 길게는 7시간이 걸리기도 했다”며 “수차례 사무실에서 밤샘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차례 자정이 넘는 시각까지 통의동 사무실을 드나들거나 휴대전화를 통해 이 당선인에게 수시로 보고를 하고 개편안을 조율했다.
이들을 가장 괴롭힌 것은 각 부서의 업무 구획 나누기 작업이었다. 외부 관측과는 달리 부처의 통폐합이나 수 문제는 이미 초기부터 의견이 모아져 논의과정에서 한번도 변동이 없었다고 한다. 박 팀장은 “다만 어느 부서가 어떤 일을 어디까지 관장할 것인지 업무의 선을 긋는 것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여성부 등은 저마다 자기 부처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주장하며 치열한 여론전과 로비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순수 과학을 연구해 온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과기부가 독립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다 죽는다’는 호소가 가장 뿌리치기 어려웠다”고 곤혹스러움을 털어놨다. 한편, 박형준 인수위원은 ‘인재과학부’와 ‘기획재정부’등의 부처 이름을 직접 짓는 등 ‘작명가’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결국, 3차례나 이 당선인의 보완 지시로 ‘퇴짜’를 맞은 끝에 최종안은 지난 14일 밤 당선인에게 보고됐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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