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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탁상행정’ 전봇대 뽑았지만…‘전시행정’ 호들갑

등록 2008-01-22 11:37수정 2008-01-22 11:49

20일 한국전력 영암지사와 협력업체 직원들이 전남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단 내 휴스틸 사거리에 위치한 전봇대 1개를 뒤로 3m 가량 옮긴 후 전선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비오는 날은 감전의 위험이 높아 가급적 작업을 피하도록 돼 있지만 이명박 당선인의 ‘전봇대 발언‘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강행됐다. 영암/연합뉴스
20일 한국전력 영암지사와 협력업체 직원들이 전남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단 내 휴스틸 사거리에 위치한 전봇대 1개를 뒤로 3m 가량 옮긴 후 전선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비오는 날은 감전의 위험이 높아 가급적 작업을 피하도록 돼 있지만 이명박 당선인의 ‘전봇대 발언‘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강행됐다. 영암/연합뉴스
“좁은 도로폭이 더 큰 문제 단지조성 취지와 다르게 조선블록업체 입주한 게 화근”
전문가 ‘근본적인 리모델링’ 촉구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 두 개가 뽑힌 일을 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공직사회, 단지 입주 기업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인수위는 이번 사례에 대해, 현장의 문제를 콕 집어 해결해내는 이명박 당선인의 ‘치적’으로 한껏 부추기고 있다. 대불산단에 입주한 일부 조선블록업체들은 앓던 이 빠진 듯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업종의 입주업체들과 전문가들은 대불산단의 조성 배경과 경위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채 전봇대 뽑기로 또 하나의 ‘전시행정’을 벌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전봇대 뽑기 전격 작전=산업자원부는 이 당선인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지난 18일 저녁 급히 직원 두 명을 현지에 내려보냈다. 다음날엔 진홍 지역산업균형발전 기획관을 보내 입주업체와 한전·지자체·산업단지공단 관계자까지 불러 간담회를 열고, 20일 바로 문제의 전봇대를 처리한 뒤 인수위에 상황보고를 했다.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21일 “높은 분이 얘기하면 5년 걸릴 게 5일 만에 해결되는 탁상행정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전봇대 파문’을 평가했다. 김형오 부위원장도 “전봇대 사건은 공직사회 변화의 첫 신호”라며, 새 정부가 이번 일을 상징적인 사례로 삼아 앞으로 공직사회의 변화를 강도 높게 주문할 것임을 내비쳤다.

하지만 대불산단 내 적지 않은 입주업체들은 ‘돌발 전시행정’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단지 내 블록업체가 아닌 입주 기업들은 산자부의 간담회 참가 요청에도 “블록업체들의 들러리를 서기 싫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홍진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에 제기된 민원은 전체가 아니라 몇몇 블록업체들로부터 나온 것인데, 너무 호들갑을 떨면서 대불산단 전체 문제로 침소봉대됐다”고 꼬집었다.

■ 대불산단 상황=대불산단은 1996년 12월 1114만㎡(390만평) 규모로 조성됐다. 애초엔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 등 업종을 유치할 목적이지만, 분양이 지지부진하자 입주 대상 업종을 다양화했다. 특히 2004년부터 현대미포조선 관계사들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대형 블록업체들이 몰려들었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업체 218곳 중 조선 관련 업체는 70%가 넘는 154곳, 그중에서도 대형 블록업체가 40곳이다.

단지 주변의 7개 다리는 최대 설계하중이 43t 정도지만 블록업체들에는 200∼500t짜리 물건도 드나들고 있는 형편이다. 입주업체인 서해마린의 유대형 상무는 “보통 선박용 블록은 18m가 기준인데, 공장 앞 도로 폭이 14m에 불과해 물건을 제작해 옮기려고 하면 전봇대와 가로등, 가로수 등에 걸린다. 큰 블록을 제작해 옮기려면 한전에 200만원을 전선을 잠시 끊어야 하고, 가끔 가로수가 손상되면 영암군청에서 벌금을 물린다”고 전했다.

■ 구조적 문제 그대로=산자부 고위 관계자는 “대불산단의 문제는 전봇대가 아니라 애초 단지 조성 취지와 주변 시설환경에 맞지 않는 조선블록업체들이 뒤늦게 대거 입주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나 단지관리공단 쪽에서는 대불단지가 ‘탁상행정’의 표본처럼 돼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지자체와 한전은 2004년부터 80억원을 투입해 넓은 도로(4∼8차로)를 가로지르는 전선을 지중화하고 있다. 이번에 전봇대가 뽑힌 곳에서는 이미 지중화 작업이 마무리됐다. 문제는 도로 폭이 좁다는 것이다. 주일용 공단 운수부장은 “전반적인 공단 구조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산업단지 지정과 조성은 건설교통부가, 산업배치와 입주업체 관리는 산자부가, 주변 인프라 관리는 지방세를 걷는 지자체(대불산단의 경우 영암군)가 맡는 복잡한 관리체계도 문제다. 한 입주업체의 임원은 “전체적으로 리모델링을 하려면 2600억원이 든다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지자체가 해결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홍 연구위원은 “어차피 산업단지는 지자체로 점점 더 권한을 넘겨주는 게 세계적 추세”라면서도 “30∼40년 전 개발된 다른 국가산업단지도 정부가 나서 체계적인 재점검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권태호, 영암/정대하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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