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지난 22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려고 인천공항에서 출국하고 있다. 창조한국당 제공
김영춘·정범구 탈당 고민
선거비 44억 당 차입금 처리
“총선 출마자 지원없다” 선언
선거비 44억 당 차입금 처리
“총선 출마자 지원없다” 선언
창조한국당(공동대표 문국현·이용경·이경자)이 난파 위기에 봉착했다.
50명 규모이던 당직자 중 김갑수 대변인 등 15~20명 정도가 지난 주말과 이번 주초 당을 떠났고, 유일한 현역인 김영춘 의원과 지난 대선 때 선대본부장을 지낸 정범구 전 의원도 당에 잔류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지난 대선 때 정무특보를 지낸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사실상 발길을 끊었고, 고원 전 전략기획단장도 2월 말까지 휴가를 내고 지방에 내려가 있다.
김영춘 의원은 2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1월 말까지 최대한 토론해 볼 생각이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라며 여운을 남겼다. 정범구 전 의원도 “내부에서 최대한 쟁점화해보려고 한다”면서도 “결국은 당의 노선과 진로가 핵심인데, 유의미한 토론이 안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전·현 당직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난관의 중심에는 문국현 대표가 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쓴 선거자금 중 44억원을 당에 차입금으로 회계처리했다. 당이 채무자, 문 대표가 채권자가 된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당직자는 “돈 나올 데가 전혀 없는 당에 빚을 얹어 놓으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는데, 문 대표의 최측근인 전재경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모르는 사이 어떤 당직자가 64억원을 차입금으로 잡아놨더라.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문 대표가 특별당비 등으로 20억원을 포기해서 그나마 44억원이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사재를 털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고, 이를 선거전에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지난 11일 “243개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내겠다”고 말했지만,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20~3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최근 비례대표 의석을 많이 얻기 위해선 전 당직자가 지역구에 출마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당의 재정 지원은 없다고 선언했다. 전재경 최고위원은 “중앙당의 형편상 홍보물·인터넷 홈페이지 등의 표준 매뉴얼 제작 말고는 도와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문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출마설’까지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전 최고위원은 “문 대표 본인이 그런 언급을 한 적은 없고, 제가 한 말을 (듣는 사람들이) 유추해서 하는 말 같다”고 했다. 검토는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 전직 당직자는 “당직자들은 ‘총알’도 없이 사지로 내몰고, 자기들은 성 안에 있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문 대표는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하자마자 “다른 당과 통합을 얘기하는 사람하고는 함께 갈 수 없다. 당을 나가달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범구 전 의원은 “정치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해야 하는데, 문 대표는 자기와 다른 의견은 잘 받아들이지를 않는다”며 “공당을 하자고 당을 만들었는데, 여전히 ‘문국현 사당’을 못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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