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구속한 검사 등 줄줄이 한나라당행
과거 검찰 재직 때 한나라당이나 그 전신인 신한국당과 ‘악연’을 쌓았던 인사들이 줄줄이 ‘한나라당표’를 달고 총선에 출마할 것 같다.
충남 아산 출마를 준비 중인 이훈규 인천지검장은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6월 대검 중수부 수사3과장으로 김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현철씨를 구속했다. 당시 그는 구속만은 막아보려는 청와대 쪽의 요청과 압력을 막아내며 현철씨를 구속하는 ‘개가’를 올렸다. 10년이 흐른 지금 이 검사장은 28일 퇴임 뒤 한때 피의자였던 현철씨와 나란히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하는 ‘기연’을 연출하게 됐다.
더 극적인 경우는 정준길 변호사다. 2003년 11월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대검 중수부 한나라당 수사팀(수사2과)에 속해 있던 그는 한나라당 후원회 부장 박아무개씨를 조사하면서 ‘한나라당에 충성하지 말고 새로운 물결에 동참하라’고 말해 한나라당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당시 이재오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정 검사의 발언은 정치검찰의 부활을 의미한다”면서 보직해임을 요구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2005년 검찰을 그만두고 씨제이제일제당으로 옮긴 정 변호사는 1월 말까지 회사에 휴가를 내고 서울 광진을 공천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악연이라면 박준선 변호사를 빼놓을 수 없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00년 2월13일 정형근 의원의 체포영장을 들고 여의도 한나라당사에 왔다 제지를 받고 돌아갔다.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 검사이던 그가 당사 앞에서 “한나라당 관계자 여러분, 정당한 법집행을 하러 왔습니다. 정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가지고 왔으니 문을 여십시오”라고 말하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방영되기도 했다.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 때 이명박 후보의 법률지원단장을 지낸 박 변호사는 이번 총선에서 분구가 유력한 경기 용인 입성을 노린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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