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가 24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손학규 대표에 ‘50년 정통야당 대표’ 치켜세워
김대중 전 대통령은 2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통일부를 외교부로 통폐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 “통일부를 없애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는가”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일행의 예방을 받고 환담하는 자리에서 “타의에 의해 분단된 것은 망국에 버금가는 통한지사다. 통일부는 통일에 대한 열망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이번 임시국회 한 달이 통합신당으로서는 야당의 존립가치를 (국민에게) 보여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국민들이 잘 느낄 수 있는 논리와 근거를 갖고 국민들을 잘 설득하기 바란다”며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통합신당과 4월 총선에 대해 “(4월) 국회의원 선거까지 대패하면 이제 야당의 존재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도 “국민을 감동시키고 ‘잘하는구나’라는 말을 국민에게 듣는다면 50년 전통이 살아날 것”이라고 손 대표 일행을 격려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손 대표에 대해 “손 대표가 한나라당에 있을 때에도 극우보수적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 않았느냐.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찬성하지 않았느냐. 이제 민주적 절차에 의해 50년 정통야당의 대표자로 선출된 만큼 자부심을 갖고 이 세력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반드시 정통야당의 맥을 이어서, 이번 선거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야당을 만들어내겠다”는 답례 인사를 했다고 우상호 대변인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현재 진행형인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협상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손 대표를 ‘50년 정통야당의 대표자’라고 표현하며 한껏 무게를 실어줬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