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영어교육 의욕 넘쳐 조율 안된 내용 나온듯
인수위는 “몰입교육 밝힌 적 없다” 오리발
인수위는 “몰입교육 밝힌 적 없다” 오리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8일 애초부터 인수위가 영어가 아닌 일반 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 몰입교육’ 도입을 계획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여러 보도에서 몰입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현재로선 이런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인수위 차원에서 이런 계획을 밝힌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논란이 극심한 며칠 동안 인수위가 거의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에 대한 설명으로는 미흡하다. 또 영어 몰입교육 도입은 이명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에도 들어 있다. 공약집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 영어과목 이외에도 영어로 수업하는 과목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목표를 세운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22일 인수위의 ‘대입 자율화 방안’ 발표 이후 영어 몰입교육에 대해 우려와 비판이 연일 쏟아졌지만, 지금까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준비를 한 달 동안 한 것이 아니라 10~20년 노력한 것을 정리한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그러다 1주일이 지난 이날에서야 영어 몰입교육 도입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영어 몰입교육 전면 백지화 소동을 두고, 인수위 내부에선 이경숙 인수위원장 개인의 ‘오버’를 탓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애초 인수위가 마련한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에는 ‘영어를 영어로 수업한다’는 건 들어 있었지만, 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내용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지난 22일 ‘대입 자율화 방안’ 발표 이후, 기자회견장 바깥 복도에서 이 위원장이 ‘일반 과목에도 영어수업을 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하면서부터 영어 몰입교육 논란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이 위원장은 유독 영어교육 문제에선 강한 관심을 보였다.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 브리핑에서는 머리 발언만 한 것과 달리, 이 위원장은 대입 자율화 방안 발표 브리핑에선 영어교육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직접 마이크를 잡고 답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침마다 열리는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도 이 위원장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영어 공교육 혁신 의지를 강조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인수위가 다루는 다른 영역과 달리 영어교육 분야는 대학 총장인 이 위원장이 잘 아는 분야여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다보니 미처 조율되지 않은 내용까지 언론에 나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애초 우리가 준비한 영어 공교육 혁신방안에서 몰입교육은 장기적 검토과제 정도였을 뿐 주력과제가 아니었다”며 “내부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지도 않은 내용을 이 위원장이 흘리는 바람에 영어과목 영어수업 실시, 상시 영어능력 평가시험 도입 등 다른 정책까지 ‘준비가 부족한 성급한 정책’으로 싸잡아 공격을 당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인수위가 영어교육 정책에 ‘올인’하는 것으로 비치고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다른 중요한 정책들을 추진할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국회 처리과정에서 이미 진통을 겪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 등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시급한 정책들이 많다. 그러나 영어교육 정책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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