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장수비결 뭘까
한승수 국무총리 지명자는 전두환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무려 6개 정권에 걸쳐 주요 공직을 두루 섭렵했다. ‘양지 30년’이라는 혹평도 있지만, 뒤집어보면 실력이든 운이든 역대 최고 권력자들의 눈에 든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한 지명자가 관직에서 장수하는 첫째 요인은 그가 ‘경제’와 ‘외교’를 겸비한 드문 인사라는 점이다. 경제·외교는 산업화와 민주화, 세계화를 거쳐 오며 역대 정권이 목말라해온 분야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국제통상 전문가라는 점은 그를 요직에 앉히는 기본 조건이 됐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스승’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외교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과 원만한 성품을 갖추고 있다.
특히 그가 뚜렷한 정치색을 갖지 않았다는 점은 역대 권력자들이 그를 기용하는 데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한 지명자는 3선 국회의원(13·15·16대)을 지냈지만, 정치권 인사들 다수는 그의 의정활동에 대해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다.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일하는 스타일”이라고 회고했다. 한 지명자와 20년 넘게 교류해 왔다는 한 정치권 인사는 “한 지명자가 한 번도 편가르기 식의 말을 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고 전했다.
강원도 춘천에 연세대 출신이라는 ‘중립적’ 조건도 장수 비결로 꼽힌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고건씨가 호남 출신이라 역대 정권에서 더 많이 기용됐듯이, 한 지명자는 강원도 출신이라는 점이 승승장구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영남 출신이었다면 오히려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지명자가 과대포장돼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지명자가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일했던 김대중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권 말기에 햇볕정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주미 대사 출신의 미국통이 필요했고, 강원도 출신이라는 지역 배려도 있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고려했다”며 “관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지명자는 일에 있어서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사람’”이라며 “이명박 당선인이 그런 점을 알고도 발탁했다면, 실제 일은 청와대가 다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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