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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이 당선인 사전에 ‘반대’는 없다?

등록 2008-02-03 20:09

이명박 당선인의 화법
이명박 당선인의 화법
영어공교육·운하 비판에 “반대를 위한 반대” 일축
CEO 지시에 익숙…“토론·합의 중요성 간과” 우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있는 것 같다”(대운하 반대여론과 관련해, 1월14일 신년기자회견)

“반대를 위한 반대는 어쩔 수 없다”(영어공교육 강화 반대여론과 관련해, 1월31일 인수위 회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선 안 된다”(정부조직개편 관련 반대여론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규정하는 일이 잦다. ‘특유의 화법’일 수도 있으나, 토론과 합의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3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 공교육 혁신방안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자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인수위를 적극 두둔하면서 “반대를 위해 반대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이해를 못해 반대하는 사람은 설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철학과 관점이 달라 생기는 이견을 이 당선인이 싫어서 반대하는 ‘정치적 반대’ 또는 ‘무지’로 몰아붙이는 듯하다. 이 당선인은 “영어 공교육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지, 반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단정지었다.

영어교육 공청회에 참석할 수 없었던 전국교직원노조 정애순 대변인은 “공청회에는 정책에 찬성하는 쪽만 불러 듣기 좋은 소리만 듣고,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으니 정치 쟁점화하지 말라는 건 토론할 생각이 아예 없다는 뜻”이라며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기에, 국민들이 이 당선인의 모든 정책을 다 지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말은 이 당선인이 자주 쓰는 용어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해 “어떤 민주국가에서도 중요한 사업에는 반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서도 그는 “야당이라고 무조건 반대하고, 물고 늘어지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이런 태도는 기업체 최고경영자로 오랫동안 일해온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토론과 합의보다는 지시와 명령이 익숙한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당선인이 몸담았던 ‘현대그룹’과 ‘건설업종’은 다른 대기업이나 업종에 비해 상명하복식의 군대문화가 더욱 심한 곳이었다.


이 당선인은 4년 동안 서울시장으로 일하기도 했지만, 인내와 설득을 경험할 기회는 적었다. 당시 서울시의회는 한나라당이 전체 의석의 78%를 차지해, 견제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당선인은 청계천 복원, 버스체계 개선 등을 추진할 때에도 여론수렴보다는 추진력에 무게를 둔 ‘~추진본부’, ‘~추진단’ 등의 조직을 선호했다. 현재 인수위가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 ‘영어 공교육 태스크포스’ 등을 잇따라 꾸리는 것과 비슷하다. 서울시의 한 간부 공무원은 “이 당선인은 일을 추진하는 능력은 뛰어났지만 다른 의견을 듣는 데는 미숙했다”며 “청계천 복원사업 때 처음에는 시민단체와 환경·문화 전문가들이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에 참여했지만 시장과 의사소통이 안 돼 집단 사퇴했던 일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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