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체납에도 하루 최고 170만원 귀빈실 이용
사기 혐의로 3년여 동안 검찰 수배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66·사진)씨가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귀빈실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9일 “전경환씨가 설 연휴가 시작된 지난 6일 오후 2시께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 두세 명과 함께 응급실을 찾아왔고 이어 곧바로 입원 수속을 밟았다”며 “전씨가 암에 걸렸는데, 병세가 심각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도 “며칠 전부터 전경환씨가 20층인 200병동 귀빈용 병실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전씨는 이 병원에 입원하기에 앞서 다른 병원에서 간암의 일종인 담관세포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가 입원 중인 신촌 세브란스병원 20층 병실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치료를 받은 바 있는 귀빈용 병실이다. 이곳은 하루 입원비가 70만~170만원에 이른다. 또 이 병실은 4년차 이상의 전공의들과 전담 간호사들이 24시간 대기하는 등 특급 서비스를 제공하며, 20층 승강기 앞에는 보안요원들이 상주하며 방문객들을 통제한다.
전씨는 한 건설업체 대표에게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사업자금 1천억원 가량을 외국에서 유치하도록 도와주겠다”며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7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수사를 받던 도중 행방을 감춰 2005년 2월부터 수배된 상태다. 당시 사기를 당한 건설업체 대표는 전씨를 찾기 위해 한 일간지에 현상수배 광고를 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씨는 1980년대 새마을운동 중앙본부 사무총장·회장 등을 지냈고, 1988년 새마을중앙회 공금 73억여원을 빼돌려 쓴 혐의(횡령) 등으로 구속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나 2년10개월만 복역한 뒤 특별사면됐다. 또 지난해 말에는 지방세 6억여원을 체납해 서울시가 발표한 상습 고액 체납자에 오르기도 했다.
이순혁 이완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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