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치 한겨레 그림판
강화까지 교통편도 제공받고 특산물 선물도
대통령직 인수위 소속 일부 인사들이 인천시로부터 교통편을 제공받아 강화도까지 가서 식사대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인수위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18일 인수위와 인천시 등에 확인한바, 인수위 자문위원인 박창호 재능대학 교수는 지난 15일 평소 알고 지내던 교수 등 31명과 함께 강화도의 갯벌장어 전문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 모임에는 인수위원인 허증수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기후변화·에너지 태스크포스팀장 등 인수위 소속 인사 8명도 참석했다. 이 자리를 주선한 박 교수는 미리 인천시에 교통편을 요청해 대형 버스를 제공받았고, 인천시 법인카드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리에는 안덕수 강화군수와 인천시 고위 공무원 등이 미리 나와 박 교수 일행을 영접했고, 박 교수는 식사대금 189만원을 인천시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이들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안 군수로부터 약쑥환과 순무김치 등 2만3천원어치의 특산물을 선물로 받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인천시로부터 향응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상보다 많은 액수가 나왔고, 개인 카드는 사용한도 초과로 결제를 할 수 없었다”며 “인천시 카드로 임시로 결제하고 다음날 오후에 내가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학회 카드로 결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시 고위관계자는 “시장 특보를 지낸 박 교수가 안상수 인천시장을 찾아와 인수위 사람들이 온다고 하자, 안 시장이 송도 갯벌타워 등을 안내하면서 홍보하고 식사라도 대접하라며 법인카드를 줬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박 교수가 인천시 돈으로 점심식사를 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박 교수는 지난해 9월까지 인천시장 항만공항물류 특별보좌관으로 일했고,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비상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박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인수위 소속 인사들은 박 교수가 점심을 사겠다고 해 참석한 것일 뿐 대금지급 등에 대해 몰랐다”고 말했다.
허 팀장과 박 교수는 이날 오후 사건이 표면화되자 인수위에 사표를 제출했고,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이들의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이경숙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권 출범을 코앞에 두고 이런 일이 생겨 국민들께 부끄럽고 송구하다”며 “이번 일은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로 다스리겠다”고 말했다.
인수위 실무자들은 이번 일에 대해 ‘무분별하게 자문위원 직함을 남발한 데 따른 사고’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인수위 전문위원은 “박 교수가 아는 사람들 앞에서 인수위에서 일한다고 자랑 한번 해보려다가 사고를 친 것 같다”며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연줄을 통해 인수위에 이름을 걸어놓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실무자는 “우리는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데, 실제로 인수위 업무와는 관계도 없는 사람이 사고를 쳐서 인수위 망신을 시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통합민주당은 인수위 인사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공세를 퍼부었다. 김상희 최고위원은 “지난번에 부동산정책 자문위원이 고액 투자상담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례가 있는데, 또다시 인수위 관계자들이 지역을 방문해 향응을 받은 것은 참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새 정부가 시작부터 권력 말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 언론사찰, 권력남용, 향응접대의 구태정치 삼박자를 고루 갖춘 인수위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영환,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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