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새 정부 내각 명단 발표에 대해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청문회 받자니 편법에 동승하는 꼴이고
안받자니 ‘발목잡기’라고 할게 아니냐”
안받자니 ‘발목잡기’라고 할게 아니냐”
통합민주당은 이명박 당선인의 조각 명단 발표라는 초강수에 격앙하면서도, 한편으론 허를 찔렸다는 당혹스런 분위기에서 대응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저녁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심지어 협상 중에 있는 한나라당과도 같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통령 당선인 혼자 하겠다는 독단과 독선의 모습을 보았다”며 “특히 현행 법에 의해 모든 장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탈법적 행위”라고 이 당선인을 공격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우리는 한나라당의 정부조직법보다 더 나은 정부조직법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한나라당과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협상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조각 명단 발표를 이 당선인의 ‘밀어붙이기’와 ‘탈법 행위’로 몰아붙이는 총공세를 펴면서도 자신의 협상 의지를 거듭 강조함으로써 여론전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합민주당은 인사청문회 대응 방안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 채 뾰족수를 찾느라 고심 중이다. 정부조직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인사청문회가 편법이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편법에 들러리를 서야 하는지, 정말 진퇴양난”이라며 “일단 저쪽에서 어떤 방식으로 청문요청을 할지 좀 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개편안 협상과 인사청문회 개최는 ‘원샷 타결’이 아니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이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정부조직법 문제가 이렇게 꼬인 데는 손학규 대표의 ‘정치력 부재’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나라당으로부터 ‘발목잡기’라는 공세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손 대표가 해양수산부 존치에 너무 집착하는 바람에 협상 여지가 좁아지고 협상 타결 ‘타이밍’도 놓쳤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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