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파문 책임인정…“현실 탓할게 아니라 개선”
‘검증시스템 미비’에 책임 넘겨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새 정부 내각의 인사 파문과 관련해 “우리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뉘앙스로 보면, 본인의 ‘책임’에 방점이 찍혀있기 보다는 “정치적 상황에 밀렸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발언의 무게 중심을 ‘책임’에 두느냐, ‘일말’에 두느냐에 따라 어감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확대비서관 회의에서 최근 인사파문 및 이로 인한 국정운영 파행과 관련해 꽤 길게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책임론을 인정하면서도 ‘일말’이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사용해 책임의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을 다른 쪽에 돌리거나 억울해 하는 듯한 인식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또 “자료를 활용하지 못한 점도 있다”고 말해, 부실 검증의 책임을 노무현 정부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2만5천여명 분량의 인사파일을 정부기록보존소로 이관해, 새 정부가 이를 참고하기 힘들었다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대통령은 또 “10년만의 정권교체로 정권이 출발함에 있어 모든 게 순조롭게 될 수는 없다는 예측을 했다”고도 말했는데, 이 역시 듣기에 따라선 이전 정부와 야당의 정치공세에 책임을 돌리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현실을 탓할 게 아니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부분도 ‘검증 시스템의 미비’를 지적한 대목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는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못 듣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해, 이유야 어떻든 청와대의 책임지는 자세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인사는 “‘일말의 책임’이라는 표현이 자칫 책임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게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며 “대통령의 말을 확대·유추 해석하지 말고, 발언 그대로 대통령이 책임을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검증시스템 미비’에 책임 넘겨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새 정부 내각의 인사 파문과 관련해 “우리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뉘앙스로 보면, 본인의 ‘책임’에 방점이 찍혀있기 보다는 “정치적 상황에 밀렸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발언의 무게 중심을 ‘책임’에 두느냐, ‘일말’에 두느냐에 따라 어감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확대비서관 회의에서 최근 인사파문 및 이로 인한 국정운영 파행과 관련해 꽤 길게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책임론을 인정하면서도 ‘일말’이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사용해 책임의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을 다른 쪽에 돌리거나 억울해 하는 듯한 인식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또 “자료를 활용하지 못한 점도 있다”고 말해, 부실 검증의 책임을 노무현 정부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2만5천여명 분량의 인사파일을 정부기록보존소로 이관해, 새 정부가 이를 참고하기 힘들었다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대통령은 또 “10년만의 정권교체로 정권이 출발함에 있어 모든 게 순조롭게 될 수는 없다는 예측을 했다”고도 말했는데, 이 역시 듣기에 따라선 이전 정부와 야당의 정치공세에 책임을 돌리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현실을 탓할 게 아니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부분도 ‘검증 시스템의 미비’를 지적한 대목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는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못 듣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해, 이유야 어떻든 청와대의 책임지는 자세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인사는 “‘일말의 책임’이라는 표현이 자칫 책임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게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며 “대통령의 말을 확대·유추 해석하지 말고, 발언 그대로 대통령이 책임을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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