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2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지식경제부로 통합되는 옛 산업자원부 소속 직원들이 출근해 회의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행시 24회 차관’ 교육·지경부 1·2급 줄사퇴 예고
산하기관 ‘낙하산’도 기대 뚝 “일손 잡히지 않아”
직급 낮은 공무원들은 여유 “인사 숨통 틔워줄 것”
산하기관 ‘낙하산’도 기대 뚝 “일손 잡히지 않아”
직급 낮은 공무원들은 여유 “인사 숨통 틔워줄 것”
“올 것이 왔다!”
신임 장관에 대한 업무보고로 주말에도 출근한 각 부처 공무원들은 지난달 29일 있었던 차관 인사가 몰고올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파격적인 차관 발탁 인사가 이뤄진 몇몇 부처는 ‘폭풍 전야’ 같았다. 창밖에 봄기운이 완연한 2일, 광화문과 과천 관가엔 고위 관료 중심으로 ‘구조조정’이라는 매서운 삭풍이 예고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에 없는 ‘차관 파격 기용’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교육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2급인 우형식 (옛 교육부) 대학지원국장이 두 단계를 단번에 뛰어올라 교육업무를 관장하는 제1 차관에 발탁됐기 때문이다. 우 국장이 2006년 특수목적고 설립 규제 정책을 만들고, 지난해엔 200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를 시행하며 대학들에 고교 내신성적 반영을 높일 것을 압박하는 등 참여정부의 교육 정책에 적극적이었기에 더욱 ‘뜻밖’이라는 평가다. 우 차관은 행시 24회로, 부처 내 20여명에 이르는 행시 20~23회 선배들을 앞질렀다. 여기에 두 부처가 통합하면서 정원과 부서가 대폭 줄게 돼, 당장 1~2급 가운데 행시 기수와 나이 등이 앞선 고위직들이 줄줄이 물러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과거 교육부와 비교하면 교육과학기술부 체제에서 교육담당 1·2급 자리는 10명 가까이 줄게 돼 있다.
지식경제부도 행시 24회 출신인 임채민 1차관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특히 막판까지도 별로 거론되지 않았던 임 차관이 ‘발탁’된 터라 ‘마음의 준비’도 덜 돼 있는 듯했다. 옛 산자부의 1급 7명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하곤 전부 행시 23회 출신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처음엔 ‘멍’한 기분이었다가 세대교체를 하라는 메시지가 확고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산하기관이나 공기업으로의 ‘낙하산 인사’도 예전처럼 큰 기대를 걸기가 쉽지 않다. 국민의 비판 여론도 높아졌을 뿐더러 정부 쪽에선 공기업 사장 인사 등을 대부분 ‘총선 이후’로 미뤄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장 각 부처 인사가 이뤄질 경우, 보직을 받지 못하는 고위 공무원도 상당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들은 2~3주 안에 최대한 빨리 인사를 끝내고 새 조직을 가동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국장급 관계자는 “솔직히 예전처럼 민간 자리를 쉽게 꿰찰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몇 주째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며 “당장은 인원 감축이 없다 하더라도 그간 해 오던 일과 상관없는 엉뚱한 일을 맡기면 사실상 알아서 나가란 얘기 아니겠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금 당장 초조한 건 고위 공무원들이지만 3·4급 이하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국토해양부는 실·국이 다섯, 과 셋이 통째로 사라지며 3·4급 이하에서만 무려 521명이 감축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경우 3·4급 쪽은 옛 교육부에 비하면 스무 자리 가까이 줄게 돼 있다. 또 지식경제부처럼 통합되는 부처의 경우 조직 화합을 위해 옛 산자부 출신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다. 경제 관련 부처만 고위 공무원을 빼고 800명이 넘는 인원 삭감이 예정돼 있다. 한 고위 간부는 “구제금융 때 10% 감축한 것보다 훨씬 심한 구조조정”이라고 말했다.
인원뿐 아니라 특정 방향에 치우친 인사도 논란이 될 조짐이다. 외교통상부의 경우 장관부터 주요 보직을 전례가 없을 정도로 북미국 출신이 ‘싹쓸이’할 것으로 예측돼 북미 계열의 독식 우려도 나오는 형편이다.
김영희 이수범 기자 dora@hani.co.kr
[인선 뒷얘기] 기획재정부 1·2차관 최중경씨 ‘장관 편애’ 배국환씨 ‘지역안배’ 이명박 정부의 각 부처 차관 인사까지 마무리되면서 부처마다 ‘장-차관 라인업’의 특징과 새로운 ‘실세 지도’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농림부에서 확대 개편된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으로는 정학수 전 정책홍보관리실장이 자리를 잡았다. 행시 21회 출신인 정 차관은 그동한 유력한 차관 후보로 거명되긴 했지만, 정운천 장관과 동향(전북 고창)·동문(고려대)·동갑(54) 사이라 농촌진흥청장 등 산하 기관장으로 갈 거라는 얘기도 많았다. 그러나 ‘성공한 농업시이오(CEO)’라는 이유로 입각한 정 장관이 농정 경험이 전무한 상태라, 정 차관이 보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해석이 많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대선 이전부터 ‘차기 재정경제부 장관은 강만수’라는 인식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차관 몫으로 강 장관의 ‘편애’를 받는 최중경씨가 꼽혔다. 유일한 변수는 또 한 명의 유력한 후보였던 조원동(행시 23회) 전 차관보였지만, 재경부 안에서 경계 대상인 이른바 ‘이피비(EPB) 라인’(옛 경제기획원 출신)이라 밀려났다는 해석도 있다. 조 전 차관보는 국무총리실 국무조정관으로 간다는 소문이 내부에서 나돌고 있다. 배국환(행시 22회) 전 기획예산처 재정전략실장으로 결정된 기획재정부 2차관의 경우는, 배 전 실장과 김대기 예산처 재정운용실장이 경합하는 분위기였으나, 김 실장이 경남 진주 출신이라 경남 합천 출신인 강 장관과의 지역 안배 고려 논리가 작용해 배 차관으로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지식경제부의 임채민 1차관(행시 24회)과 이재훈 2차관(행시 21회)은 모두 예상과 달라 ‘뜻밖’이라는 평이다. 그러나 임 차관은 ‘인맥’이 넓어 여러 곳에서 추천을 받았다는 얘기가 많다. 중기특위에 나가 있었던 것도, 전 산자부 장·차관이 모두 서울고 출신이었기 때문일 뿐, 친정으로 돌아오는 것은 예정된 절차였다는 것이다. 이 차관의 경우는 광주 출신으로 지역 안배 측면도 있지만 에너지·자원개발 전문가로 자원외교를 내세운 새 정부에 유임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외교부는 행복한 표정이다. 내부 인사의 장관 기용에다 유명환 외교장관의 동기인 김하중 주중대사의 통일부 장관 발탁, 조중표 차관의 장관급 총리실장 영전 등 표정관리가 안 될 정도다. 다만 대통령과 동향으로 청와대의 낙점으로 온 권종락 제1 차관을 두고 정실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논문 중복 게재, 책 표절, 공금 유용, 미국적 딸의 국내 건강보험 혜택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된 김성이 장관 후보자에 이어 차관까지 외부 인사로 임명되자 보건복지 정책이 크게 홀대받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국민 전체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보건복지 정책이 이명박 정부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진철 김양중 기자 nowhere@hani.co.kr
[인선 뒷얘기] 기획재정부 1·2차관 최중경씨 ‘장관 편애’ 배국환씨 ‘지역안배’ 이명박 정부의 각 부처 차관 인사까지 마무리되면서 부처마다 ‘장-차관 라인업’의 특징과 새로운 ‘실세 지도’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농림부에서 확대 개편된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으로는 정학수 전 정책홍보관리실장이 자리를 잡았다. 행시 21회 출신인 정 차관은 그동한 유력한 차관 후보로 거명되긴 했지만, 정운천 장관과 동향(전북 고창)·동문(고려대)·동갑(54) 사이라 농촌진흥청장 등 산하 기관장으로 갈 거라는 얘기도 많았다. 그러나 ‘성공한 농업시이오(CEO)’라는 이유로 입각한 정 장관이 농정 경험이 전무한 상태라, 정 차관이 보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해석이 많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대선 이전부터 ‘차기 재정경제부 장관은 강만수’라는 인식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차관 몫으로 강 장관의 ‘편애’를 받는 최중경씨가 꼽혔다. 유일한 변수는 또 한 명의 유력한 후보였던 조원동(행시 23회) 전 차관보였지만, 재경부 안에서 경계 대상인 이른바 ‘이피비(EPB) 라인’(옛 경제기획원 출신)이라 밀려났다는 해석도 있다. 조 전 차관보는 국무총리실 국무조정관으로 간다는 소문이 내부에서 나돌고 있다. 배국환(행시 22회) 전 기획예산처 재정전략실장으로 결정된 기획재정부 2차관의 경우는, 배 전 실장과 김대기 예산처 재정운용실장이 경합하는 분위기였으나, 김 실장이 경남 진주 출신이라 경남 합천 출신인 강 장관과의 지역 안배 고려 논리가 작용해 배 차관으로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지식경제부의 임채민 1차관(행시 24회)과 이재훈 2차관(행시 21회)은 모두 예상과 달라 ‘뜻밖’이라는 평이다. 그러나 임 차관은 ‘인맥’이 넓어 여러 곳에서 추천을 받았다는 얘기가 많다. 중기특위에 나가 있었던 것도, 전 산자부 장·차관이 모두 서울고 출신이었기 때문일 뿐, 친정으로 돌아오는 것은 예정된 절차였다는 것이다. 이 차관의 경우는 광주 출신으로 지역 안배 측면도 있지만 에너지·자원개발 전문가로 자원외교를 내세운 새 정부에 유임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외교부는 행복한 표정이다. 내부 인사의 장관 기용에다 유명환 외교장관의 동기인 김하중 주중대사의 통일부 장관 발탁, 조중표 차관의 장관급 총리실장 영전 등 표정관리가 안 될 정도다. 다만 대통령과 동향으로 청와대의 낙점으로 온 권종락 제1 차관을 두고 정실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논문 중복 게재, 책 표절, 공금 유용, 미국적 딸의 국내 건강보험 혜택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된 김성이 장관 후보자에 이어 차관까지 외부 인사로 임명되자 보건복지 정책이 크게 홀대받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국민 전체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보건복지 정책이 이명박 정부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진철 김양중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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