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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블로그] 최장집 “이명박, 무기력한 대통령 될 가능성 커”

등록 2008-03-03 16:31

2월 23일 한국학술진흥재단 석학 강좌 토론회에 참여한 토론자들. 왼쪽부터 최장집 김명인 강정인. 한국학술진흥재단 제공 사진 /한겨레 블로그 기자
2월 23일 한국학술진흥재단 석학 강좌 토론회에 참여한 토론자들. 왼쪽부터 최장집 김명인 강정인. 한국학술진흥재단 제공 사진 /한겨레 블로그 기자
지난 23일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는 최장집 고려대 교수와 김명인 인하대 교수, 그리고 강정인 서강대 교수가 토론을 벌였다. 최 교수가 앞서 4차례의 강연을 통해 밝힌 ‘민중에서 시민으로’라는 강의 내용을 놓고 찬반 의견이 오간 것이다.

민주주의 확장이라는 과제 달성을 위한 주체는 민중이 아니라 시민이라는 것이 최 교수 강연의 주제였다. 이 강연 주제와 관련된 개괄적 내용은 이미 한겨레 지면에서 다뤘다. 보지 못하신 분들은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면 될 것이다.

이날 토론회 내용 가운데 지면상 제약 때문에 기사로 다루지 못한 부분을 보충한다.

###최 교수는 한국 정치 실패를 신자유주의로만 환원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을 보였다. 그는 이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의 중요성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신자유주의를 수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여부는 우리에게 선택 가능한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어떻게 대처해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것인가가 한국 정치의 당면 과제의 핵심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정치를 통해 신자유주의에 대처해야 한다는 게 그의 기본 인식이다.

“유럽에는 리히텐슈타인이라는 도시 국가가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의 조세 회피처 역할을 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최근 리히텐슈타인 금융기관 등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방도를 찾으면서 이 문제는 유럽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사르코지도 추진하는 쪽으로 동조하고 있어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투기자본에 조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치를 통해서 하려면 할 수 있는 것이다. 숙명론처럼 받아들일 필요 없다.”(최장집)

“신자유주의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비판적으로 본다. 하지만 정치는 사회 전체의 문제를 다룬다. 정치의 방법으로 이 문제(신자유주의)를 풀어가야 한다.”(최장집)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정당정치에 기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약한 대통령, 약한 정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점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구조적 성격과 ‘대운하’와 같은 토목 공사를 연계시켜 해석하기도 했다.

“정당의 책임 정치에 제대로 기반 하지 않을 경우 헌법이 대통령에게 강한 권한을 부여해도 허약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도) 강한 대통령과 강한 정부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정당에 기반 하지 않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인사문제가 이를 보여준다. 정당과 무관한 학자와 전문가가 기용되고 있다. 이런 사회집단은 모집단이 협소하다. 실제 사회의 광범위한 지지층에 기반을 두기 어렵다. 문제가 생길때 (이명박 대통령은) 무기력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많다.

거대 프로젝트도 이런 현상의 결과물이다. 제도화된 틀에서 지지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붕 떠 있는 것이다. 뭔가 지지 획득하고 나는 역사에 평가받고 싶다는 야심에 의해 거대프로젝트의 사이즈가 커진다. 자극의 체감범칙이 작용하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가 결정판이다. 더 큰 변화 안 온다는 보장 없다. 영어 몰입 교육도 혁명적인 변화다. 강한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최장집)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건설 강행과 관련해

“선거와 선거 사이 정부는 국민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왕을 뽑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선에 승리했다고 국민 의사와 무리하게 공약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최근의 탈국가적 흐름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아래로부터의 국제적 연대와 같은 초국가적 시민사회 형성의 의제는 민주주의 확장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의 생각은 부정적이다.

“국가 단위 공동체에서 민주주의 제도는 작동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경계를 벗어나 넓어지면 민주주의 작동 힘들다. 로버트 달이란 미국 정치학자는 미국 너무 크기 때문에 대표성 약해진다고 주장했다. 3억 인구에 상원 의원 100명 하원 550명이다. 대표성이 굉장히 약하다.”(최장집)

최 교수는 미국처럼 연방 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움직임이 민주주의를 강화시킬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 교수는 차베스의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김명인 교수의 질문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포퓰리즘이라고 본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비판하고 민중주의적 정책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포퓰리즘에 대해 부정적으로 본다. 차베스, 카스트로, 이란의 아마드네자드 모두 국내적인 민주적 규범을 볼 때 민주주의를 하지 않고 있다. 인기 위해 여러 물질적 혜택을 주고 있다. 이것을 일시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분배가 안정적일 수 없다. 전체 사회의 계층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이란의 경우 내부적으로 정치적 탄압하면서 바깥으로 반미하고 있다. 민주주의 가치가 전혀 실천되지 않고 있다.”(최장집)

####최 교수는 정당이 문제를 풀어갈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는 데 정당이 어떻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실적으로 낙관적이지 않다. 하지만 정치학자는 현실 분석의 한계를 넘어 잘 될 가능의 공간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게 정치학자의 역할이다. 87년 이후 20년 경험할 수 있는 것 모든 것 다해 보았다. 지금부터 새 단계다. 민주주의 실험이 필요하다. 이제는 좀 다른 실험이 필요하다. 정당 중심이되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갈등 대표할 수 있는 정치조직화가 필요하다. 시민 할 수 있는 것 별로 없다. 새 정당도 만들고 정당의 내용 개선도 필요하다. 정치리더십이 굉장히 중요하다. 선택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치인의 책임이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 (최장집)

###최 교수는 나눌 수 있는 갈등과 나눌 수 없는 갈등으로 구분한 허쉬만의 논의를 옮겨, 민족이나 종교는 나눌 수 없는 갈등, 계급 즉 부의 분배 문제 같은 것은 나눌 수 있는 갈등으로 나눴다. 결국 민족과 같은 나눌 수 없는 갈등에 집착하기 보다는 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나눌 수 있는 갈등의 문제에 대해 진보 세력이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최 교수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서강대 강정인 교수는 “나눌 수 있는 갈등과 나눌 수 없는 갈등은 얽혀 있어 심도 있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경제적 산출물의 분배를 둘러싼 갈등은 종교, 인종, 성, 신분 등의 차이와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예로 근대 영국에서 국교회의 특권과 아일랜드 문제, 근현대 미국에서 흑백간의 갈등,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녀의 불평등 문제를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나눌 수 없는 갈등’과 ‘나눌 수 있는 갈등’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 역사적 현실이다.”(강정인)

강 교수는 또 “나눌 수 있는 갈등인 부의 분배를 둘러싼 갈등 역시 그것이 부의 인위적 몰수와 재분배를 수반하는 경우 제로썸적 성격을 강하게 갖기 때문에 더욱 격렬하고 타협의 여지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나눌 수 없는 종교, 인종 등의 갈등은 격리, 다문화주의, 공동체 자치의 인정 등을 통해 갈등의 타협 또는 완충이 오히려 더 쉬울 수도 있다:캐나다의 퀘벡, 인디언 보호구역과 같은 종족자치. 오늘날 나눌 수 없는 갈등 역시 관용, 차이의 인정, 공동체 자치, 다문화주의 등을 통해 타협을 창출하고 있다.”(강정인)

*********아래는 한겨레 지면에 실린 기사.

‘민주주의 주체’ 민중인가 시민인가

‘석학 인문강좌 시리즈’ 토론회

지난해 진보 학계에서는 민중담론 부활론이 제법 힘있게 제기됐다.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신자유주의 일반화가 생존권에 기반한 민중들을 양산시키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명인 인하대 교수도 신자유주의 시장 독재 체제 희생자들이 민중의 이름으로 전면적이면서도 세계적 규모의 저항운동을 전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외환위기 이후 시민에 자리를 내어 준 민중이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민주주의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주체는 민중인가 아니면 시민인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이 주최한 토론회의 주제이기도 했다. 이 행사는 학진 주최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시리즈’의 4번째 강연자인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민중에서 시민으로’ 주제 강연을 정리하는 마당이었다.

최 교수는 민주화 이후 운동이 아닌 정당 정치의 활성화만이 민주주의 확장의 요체라는 견해를 보여 왔다. 그는 토론회에 앞선 강연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주체는 “민중에서 시민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민중운동 담론은 그 자체 안에 “멀지 않은 장래에 빠르게 해체될 수밖에 없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민중운동 담론은 이념이나 가치정향에 있어 역사와 정치에 대한 총체적 비전, 도덕주의, 낭만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 성장주의 등을 그 내용으로 포괄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실현 가능한 개혁 대안을 찾기 힘들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민중 대신 시민과 시민권의 개념을 제대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왜 시민인가? 최 교수는 시민과 시민권의 핵심 원리는 “보편성의 원리”라고 했다. 시민권이라고 말하는 자유와 권리는 공동체의 성원인 개인들에게 보편적이며 평등하게 부여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시민의 출현은 민중운동이 주도했던 민주화의 결과물이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시민권 획득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영국 사회이론가 T.H.마샬의 논의를 옮겨 시민권은 시민적 권리(18세기)와 정치적 권리(19세기), 사회경제적 권리(20세기)로 누적적으로 발전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적 시민권의 개념이 거의 존재하지” 않은 점이라면서 이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제약하는 핵심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가 사회적 갈등 균열에 대응하는 정당체제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민권의 진전을 위해서는 시민-유권자의 삶의 현실에서 나오는 요구가 정당 정책대안의 근본적 소재가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최 교수의 이런 관점을 ‘본질주의적 의회주의’로 규정했다. 그는 최 교수의 ‘근대적 시민’ 관념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와 자본가계급 헤게모니 아래서는 보편성의 이름으로 배타성을 생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동자 계급과 제3세계, 주변부 또는 각종의 소수자들이 ‘배제의 희생자’가 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시민이라는 입장, 혹은 ‘민중=시민’론은 일종의 유사 보편성이며 관념적 보편성일 뿐 실제 자본주의 사회의 시스템에서는 그런 ‘보편적 시민’은 존재하기 힘든 것이 아닌가 합니다.”

김 교수는 새로운 사회운동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탈근대론자들도 근대적 시민 개념에 우호적이지 않음을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시민’ 개념 속에 포함된 부르주아적 가짜 보편주의에 적대감을 보이면서, ‘소수자’나 ‘노마드’ 등 ‘시민’ 범주에 포획되지 않는 주체를 설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토론자인 강정인 서강대 교수는 “운동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고갈됐다”는 최 교수의 관점에 이의를 제기했다. 강 교수는 사회적 시민권을 실현할 수 있는 정당의 출현을 위해서라도 사회경제적 균열에 따른 사회운동의 출현이 적극 요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에 대한 불온시 등 한국사회의 이데올로기적 유산 때문에 사회적 시민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지 않고 있다면서 사회운동의 출현이 정당 출현을 위한 촉매로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정치적 시민권을 얻은 뒤에도 사회적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 오랜 시간에 걸친 투쟁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자신은 평등주의가 아닌 자유주의적, 현실주의적 요소를 중시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 제도로는 민중 민주주의 경제 체제를 만들 수 없으며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은 그 체제를 개선하고 개혁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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