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론에 분위기 잠겨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모시고 있는 분에 대해 나쁜 말을 할 수도 없고, 좋은 말 하면 세상이 바뀌었는데 눈치없다 할 거고 ….”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인사 물갈이’ 발언에 몇몇 부처 장관까지 가세한 12일, 정부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기업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한 공기업의 임원은 “뒤숭숭할 뿐”이라며 “그래도 이번 발언은 한국방송공사 등 현 정부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을 해온 인사들을 겨냥한 것 아닌가 싶다”라며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특히 정치권 출신이 사장으로 있는 몇몇 기업의 경우 임직원들이 “정치권에 몸담았지만 정치색은 없는 분”이라며 적극 옹호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공천으로 출마했던 한 인사가 사장으로 있는 기업의 관계자는 “외부기관으로부터 ‘올해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뽑히고, 고객만족도 평가 등에서도 이전보다 훨씬 점수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전에도 정권이 바뀌며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사례가 있는데 이번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창조경영을 강조하는 (현 사장의) 경영방침은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노선과도 맥락을 같이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 공기업 등에서는 여권 쪽에서 나오는 잇따른 인사 물갈이 발언이 ‘어디까지 진의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의 한 공사 관계자는 “기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솔직히 우리는 한나라당 정권을 겪어보지 못해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들은 무엇보다 11일 시작된 감사원의 감사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또 4월 이후 기획재정부에서 실시할 경영평가의 결과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엔 경영실적이 부진할 땐 임기보장 임원이라도 해임이 가능한 조항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의 한 고위간부는 “‘가까이 오면 더 다친다’는 분위기가 있어서인지, 어제 오늘 직접 오진 않고 괜한 안부전화만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