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판 ‘공천 후유증’ 일파만파
정권 바뀌고 시간부족…대통령 ‘입김의혹’
공심위 논란에 경선없어 ‘국민참여 봉쇄
정권 바뀌고 시간부족…대통령 ‘입김의혹’
공심위 논란에 경선없어 ‘국민참여 봉쇄
“선거의 관심이 공천심사위원회 활동이나 동정에 지나치게 집중되고 있다. 유권자와 출마자 간의 공적인 계약으로서의 공약이 실종됐다. 선거에서 주인이어야 하는 유권자가 철저히 무시되는 구태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일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강지원 상임대표는 ‘4·9 총선 30일 전’ 기자회견에서 ‘정책이 사라진 선거’를 우려했다. 그의 걱정은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났다.
유권자들과 언론의 눈길은 유명 정치인들의 공천 탈락, 박근혜 전 대표의 탈당 여부, 낙천자들의 출마 및 당선 여부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 ‘공천 후유증’은 ‘이명박 정부 안정론-견제론’과 맞물리며 4·9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른바 ‘제왕적 총재’ 시절, 낙천자들의 반발에는 한계가 있었다. 총재에게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3김 정치’가 퇴조한 2004년 총선에서는 당내 경선이 낙천자들의 발을 묶었다. 이번에는 ‘총재의 권위’와 ‘당내 경선’이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공천심사위원회가 ‘졸속’이라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공천 결과를 내놓고 있다. 안강민·박재승 위원장은 최근 낙천자들에게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공천 심사 전에 ‘국민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제시한 일이 있다. 낙천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 혐오증이라는 대중적 정서에 편승한 일종의 인기 영합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의 피튀기는 대결을 바라보며 환호하는 군중을 닮아가고 있다”는 탄식도 나온다.
‘졸속 공천’의 원인은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시간 부족이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대선 뒤 정권 인수, 당체제 정비 등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체계적인 공천, 특히 경선 준비를 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둘째, 이명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장악 의도다. 한나라당 공천 내용을 살펴보면, 대통령과 여당의 역학 관계는 과거 ‘박정희 시대’로 되돌아 가는 듯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셋째, 공천심사위원회의 ‘전횡’이다. 정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법률가들이 공천 심사를 주도하면서 정치적 고려의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비판적이다. 강원택 교수(숭실대)는 “당에 우호적인 소수 엘리트가 주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참여와 개방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당원이나 대의원, 열성 지지자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용호 교수(인하대)는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공천 방식”이라고 말했다. 통합민주당은 지난 14일 ‘총선 매니페스토 1집’을 발간했다. 95쪽 분량의 ‘교육 매니페스토, 책가방 속의 희망 이야기’다. 민주당은 앞으로 모두 9권의 매니페스토를 발간할 예정이다. 한나라당도 선거대책위원장 산하에 민생경제특위를 두고, 물가안정, 규제완화,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지원 분야의 공약을 개발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각 정당의 정책 발표는 거의 눈길을 끌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피튀기는 대학살극’에 국민들이 환호하는 사이에, 대한민국 정치는 ‘저열한 싸움판’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전문가들의 시각도 비판적이다. 강원택 교수(숭실대)는 “당에 우호적인 소수 엘리트가 주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참여와 개방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당원이나 대의원, 열성 지지자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용호 교수(인하대)는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공천 방식”이라고 말했다. 통합민주당은 지난 14일 ‘총선 매니페스토 1집’을 발간했다. 95쪽 분량의 ‘교육 매니페스토, 책가방 속의 희망 이야기’다. 민주당은 앞으로 모두 9권의 매니페스토를 발간할 예정이다. 한나라당도 선거대책위원장 산하에 민생경제특위를 두고, 물가안정, 규제완화,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지원 분야의 공약을 개발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각 정당의 정책 발표는 거의 눈길을 끌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피튀기는 대학살극’에 국민들이 환호하는 사이에, 대한민국 정치는 ‘저열한 싸움판’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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