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후보자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공격적 질문을 하는 야당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방통위 독립 어떻게? “대통령과 담판 용의”
최시중 방통위원장 인사청문…의혹-감싸기 ‘공방’
최시중 방통위원장 인사청문…의혹-감싸기 ‘공방’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는 1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최 후보자의 정치적 이력을 비롯해 부동산 투기, 여론조사 유출 의혹 등을 놓고 여야간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방통위의 위상에 비춰 최 후보자가 원천적으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했으며,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를 적극 엄호했다.
통합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최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도움을 청하면 전천후 요격기가 되겠다고도 말했는데, 어떻게 방통위 중립성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같은 당 지병문 의원도 “이명박 정부가 인적 청산, 신문·방송 겸영 허용, 공영방송 해체와 민영화 추진 등 3단계 방송 장악 시나리오의 중심에 최 후보를 두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은 “대통령 측근 한사람에 의해 방송이 좌우되던 시절은 지났다”고 했고, 같은 당 이재웅 의원도 “최시중=이명박=방송장악 음모라는 등식은 황당하고 논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희정 의원은 “방통위가 모델로 삼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도 대통령 측근이 위원장이 된다”며 최 후보자를 감쌌다. 최 후보자는 “공익성과 중립성은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정부가 부당하게 탄압한다면 대통령과 만나 담판을 해서라도 방송 독립을 지키겠다”고 답변했다.
부동산 투기와 증여세 탈루 의혹을 둘러싸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통합민주당 정청래·이은영 의원 등은 “최 후보자 아들 이름으로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총 900여평의 대지를 15차례에 걸쳐 경남주택조합에 신탁 형태로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추궁했다. 특히 이은영 의원은 최 후보자의 아들 주민등록초본에 ‘2007년 1월17일 이후 용산구 서빙고동 296번지 세대주’로 나온 것을 두고 “누군가가 몰래 아들 이름을 도용했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심재엽 의원은 “재개발주택조합이 모든 조합원을 상대로 문제의 땅을 16차례 명의신탁했다가 해지하면서 조합 소유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방어했다. 최 후보자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했다.
최 후보자는 또 군 복무 중이던 1959년 7월 사흘간 ‘탈영’한 병적 기록과 관련해 “당시 교통사정 때문에 늦게 귀대한 것이고, 제 의지로 탈영하려고 생각한 적 없다”며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또 제6공화국 시절 언론 통제를 담당한 문화공보부 언론협력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사실이 지난 1988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언론인 개별접촉 보고서에 담긴 것을 지적받자 “잘못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국회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면 최 후보자는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되고, 통합민주당이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더라도 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안 제출 20일이 경과한 오는 24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김동훈 유신재 기자 cano@hani.co.kr
17일 오전 국회 앞에서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후보의 임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종근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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