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품목 효율성놓고 논란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최근의 경제위기와 관련해 “원자재 값이 치솟고 환율이 어렵게 되는 등 모든 여건이 어려워지는 환경”이라며 “위기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북 구미산업단지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을 ‘위기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공동노력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머리발언에서 “세계경제가 매우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세계경제가 전혀 예측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또 유가 급등 등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해 이전 정부가 미리 대처하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지식경제부를 향해 “불과 몇 년 사이에 유가가 2배 폭등했으나 고민한 흔적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될 때까지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국가 경제에 큰 죄를 지은 것이고 어마어마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극복할 길이 기업들의 ‘투자’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살 길은 기업들이 공격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살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며 “이럴 때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점점 위축돼 내수가 떨어지고 결국 중소기업도 어려워져 지방·서민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급등하는 물가와 관련해 “서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생필품 대책을 정부가 특별히 세우면 서민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물량의 수급을 통해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50품목에 대해 집중관리하면, 전체 물가는 상승해도 50품목은 그에 비례해 올라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생필품 50개 품목’은 대략 쌀·밀가루·돼지고기·달걀·라면 등 서민들이 자주 구입하는 소비재 품목을 뜻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그러나 통계청이 생활물가지수를 뽑을 때 기준으로 삼는 152개 품목은 있어도, 그밖에 경제부처가 관리하는 ‘50개 품목’ 개념은 없어 공무원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50품목이) 우리도 뭔지 지금 파악 중”이라며 “정부가 쓸 수 있는 물가관리 수단은 할당관세를 낮추거나 매점매석 단속뿐인데, 생필품의 경우 (요즘은) 매점매석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필품은 과거와 달리 시장에서 공급이 풍부해 매점매석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수급을 뚫으라’고 했는데, 내용을 파악 중이지만, 생필품 쪽에선 수급 문제가 없다”며 “원가조사를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순 있으나, 이 역시 정부가 나서긴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권태호 김진철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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