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조사대상·위원자격 ‘팽팽’ 한나라 “민주화 가장세력도 조사” 고집
열린우리 “위원에 저명인사 포함” 고수 4월 임시국회에서 과거사법을 처리하기로 한 여야가 법안의 핵심 쟁점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여야는 19일 문병호 열린우리당 의원과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을 내세워 과거사법 실무협상회의를 열었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에서는 지난해 12월 합의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조사 대상과 위원 구성 등은 물론, 위원 자격 등이 새로운 쟁점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쟁점인 조사대상의 경우, 한나라당은 ‘민주화를 가장한 친북·용공세력에 의한 테러·학살’을 추가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두 당은 각각 표현을 달리한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과거사’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 연대모임인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가 과거사 법안을 무력화하는 조항으로 지적한 제2조2항의 조사대상 단서조항에 대해, 열린우리당 쪽은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문병호 의원은 “재심사유에 해당해야 한다는 표현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분명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위원 구성 문제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15명의 위원 가운데 국회 추천 몫을 절반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는 애초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국회 추천 몫을 5명으로 합의했다가, 지난해 12월 합의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7명으로 늘렸다. 한나라당은 또 상임위원 7명 가운데 위원장만 대통령이 임명하고, 나머지를 국회가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위원 자격 가운데 ‘명망 있는 사회저명인사’가 포함된 것은 합의된 사항이 아니라며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 조항을 삭제할 경우, 종교인 등이 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다며 현행 유지를 주장한다.
여야는 ‘4월 처리’ 합의를 지키기 위해 이번주 안에 협상을 끝낸다는 방침이어서, 타협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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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시민·사회 단체들은 지난해 여야 합의안이 원안보다 크게 후퇴한 상황에서, 또다시 취지에 어긋나는 내용으로 변질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의 김동춘 상임집행위원장(성공회대 교수)은 “‘민주화를 가장한 세력’ 등의 조항이 삽입되면 위원회가 좌우 이데올로기 대결의 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문제 조항은 수정하지 않은 채 기존 내용마저 변질된다면 거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범국민위는 지난달 2일 이원영 열린우리당 의원 등 32명이 본회의에 수정 발의한 과거사법안을 처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수정안은 확정판결이 난 사건의 경우라도 위원회 의결로 진실규명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조사대상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이지은 황준범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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