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대운하 국민여론 수렴해 결정”
홍보비서관 “공약이니 운하 추진 당연”
홍보비서관 “공약이니 운하 추진 당연”
한반도 대운하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생각이 복잡하다. 내부적으로 청와대 관계자들마다 조금씩 말이 달라, 청와대의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증도 더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대운하와 관련된 청와대의 공식입장은 “국민여론을 수렴해 결정한다”(이동관 대변인)는 게 전부다. 국민여론을 언제, 어떻게 수렴하겠다는 것인지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모든 가능성을 포괄적으로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와중에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선이 끝난 뒤, 차분하게 국민여론 수렴 작업을 벌일 것”이라며 “야당이 대운하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서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추 비서관은 그러나 “여론이 다시 (대운하 건설) 찬성 쪽으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며 “(국민들을) 설득할 것이고, 국민의견이 (운하 건설에 대해) 긍정적일 때 (운하 건설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국민여론 수렴”이라는 원론에 견줘, ‘총선 뒤 대운하 추진 설득’쪽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처럼 보인다.
설득 기간으로 추 비서관은 ‘1년 이상’을 거론했다. ‘대운하 건설 추진에 무게중심이 실리느냐’는 물음에 추 비서관은 “공약사항이니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답했다. 추 비서관은 ‘반대’ 여론이 높은 이유로, “대선 과정에선 ‘찬성’ 여론이 더 많았는데,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만 활동하면서 ‘반대’ 여론이 더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참모들을 두루 만나보면 내부에서도 대운하 찬반의견이 두루 감지된다. 다만 다만 이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하는 ‘실세’일수록 대운하 추진 의사가 강한 편이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대운하를 하고 싶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높아 고민”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기류를 종합하면, 결국 청와대는 총선이 끝난 뒤 본격적인 국민설득 작업을 벌여, 여론을 유리하게 돌려가면서 대운하를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 다만 악화한 국민여론과 총선이라는 민감한 시기 때문에 ‘구체적인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는 셈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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