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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인터넷정치가 돈이 적게 든다고?”

등록 2005-04-21 09:46수정 2005-04-21 09:46

노무현 대통령은 인터넷으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댓글’로 원탁토론에 참여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홈페이지
노무현 대통령은 인터넷으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댓글’로 원탁토론에 참여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홈페이지

[기획] 인터넷정치의 오해와 진실…1.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바야흐로 인터넷정치 시대다. 대통령은 인터넷으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댓글’로 원탁토론에 참여했다. 홈페이지가 없는 정치인은 ‘구세대’로 여겨진다. 인터넷을 활용해 영향력을 키워가는 정치인들이 여럿이다.

정치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는 인터넷의 힘은 무엇일까? 인터넷은 어떤 작동원리를 통해 정치 담론을 무차별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일까? 모든 정치인들이 인터넷정치로 수혜를 받고 있는가? 차기 대선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은 어떠할까? 인터넷정치의 현상속에 수많은 궁금증이 숨어 있다.

<한겨레>는 인터넷정치를 주제로 정치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인터넷, 온라인 트렌드와 정치와의 관계, 전자정당화 등 3차례에 나눠서 살펴본다. [편집자]


▲ 노무현 대통령이 댓글을 남긴 국정브리핑 사이트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인터넷 성지’로 불리고 있다. \



2차례 선거의 학습효과 “정치는 인터넷에서 꿈틀거린다”

정치인들이 인터넷을 업고 용틀임을 시작한 것은 2000년 4.13 총선 때부터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부산 출마를 강행했으나 낙선했다. 노 후보는 씁쓸한 감회를 인터넷에 토로했다. 이에 그의 낙선을 안타까워하는 누리꾼들의 격려 글이 꼬리를 물었다. 국회의원 선거에 떨어진 실패한 정치인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노사모의 탄생은 이렇게 인터넷 공간에서 싹을 틔웠다.

이후 정치인들의 인터넷 소통은 일상화되었다. 2002년 대선과 지난해 4.15총선에서 ‘넷심’이 대세를 갈랐다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왔다. 주요 정치인들은 홈페이지를 개편하거나 미니홈피, 블로그 등 새로운 인터넷 진지를 찾아 나서고 있다. 박근혜 대표의 미니홈페이지는 지난해 200만 방문자를 기록했다.

피라미드보다 강한 온라인 네트워크의 힘!

<한겨레>가 네이버(www.naver.com)의 3월 정치기사를 분석한 결과, 정치인들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미니홈피가 출처가 된 기사는 모두 42건(중복 제외)이었다. 하루에 평균 1.4명 꼴로 인터넷에서 정치 발언을 했다.

인터넷 공학자인 멧칼프(Met Calfe)는 온라인 네트워크의 특성을 “네트워크의 가치는 구성원 수의 제곱에 비례하고 그 크기는 구성원의 효용의 총합과 같다”는 이론으로 설명한 바 있다. 온라인에서 관계망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는 것이다. 온라인 네트워크는 오프라인 조직에서 가장 확산효과가 크다는 피라미드식 다단계 조직과 비교해 확산의 속도나 관계망의 효율성의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인터넷은 정치인들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말의 힘’을 선물한 것이다. 보스정치 시절 김대중과 김영삼은 광주역과 서울역, 부산역에서 수만명의 군중을 모아놓고 연설로 존재를 알렸다. 그러나 요즘 정치인들은 인터넷을 이용한다.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정치를 넘어 인터넷정치로

인터넷정치는 정치인들에게 유력 정치인들이 독점하던 발언권을 나눠가질 수 있게 했다. 국민들에게는 정치인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직접 전달하는 수단을 제공해줬다.

인터넷정치는 기존의 미디어정치에 결여돼 있던 쌍방향성과 역동성이라는 무기를 가졌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엔지오학과 교수는 “현대 정치의 가장 큰 속성은 커뮤니케이션”이라며 “인터넷은 신문, 방송의 미디어적 속성뿐 아니라 토론을 통한 의제설정과 정치비평, (팬클럽의) 조직화 등의 날개를 달고 기존 미디어가 따라갈 수 없는 탁월하고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오해 1. 모두가 인터넷정치의 수혜자인가?
10%만 수혜자, 유시민 등 지명도 있는 의원에 편중

그러나 모든 정치인이 수혜자는 아니다. 모든 언론들이 인터넷정치시대를 떠들고 있지만, 실상 인터넷세상을 호령하는 정치인의 수는 30여명 정도로 전체 국회의원의 10% 수준이다. 이 또한 특정정당과 김근태, 유시민, 박근혜 등 지명도가 높은 정치인에 편중돼 있다.

최근 한달 동안(3월19일~4월19일)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의 정치기사를 분석한 결과는 이를 잘 말해준다. 이 기간 동안 두 신문이 정치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미니홈피를 통한 발언을 기사화 것은 모두 47건이었다. 이 가운데 유시민 의원이 6건으로 가장 많았고, 김근태 의원 3건, 임종석 의원 3건, 원희룡 의원 2건 등이었다. 두 신문을 통해 온라인상 발언이 보도된 의원의 수는 모두 29명이었고 정당별로 우리당이 19명, 한나라당이 7명, 민주노동당, 자민련을 합해 3명이다.

같은 기간 <네이버> 정치기사를 분석했더니 정치인들의 온라인상 발언이 기사화된 것은 모두 562건(언론사별 중복기사 포함)이었다. 이 가운데 유시민 의원이 105건으로 가장 많았고, 김근태 의원 69건, 송영길 의원 67건, 박근혜 대표 60건, 이광재 의원 28건 등이 상위 5위에 올랐다.

인터넷조사기관인 랭키닷컴(www.rankey.com)의 4월13일치 집계를 보면 홈페이지 전체 방문자에서 유시민 의원은 하루 평균 방문자수 3,978명으로 전체 1위다. 박근혜 대표가 2,105명으로 2위이고, 김근태 의원이 1,280명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정치인 홈페이지 분야별 점유율을 보면 상위 5위(유시민, 박근혜, 김근태, 노회찬, 김형오 의원)의 점유율 합계가 43.7%다. 나머지 정치인 홈페이지는 하루 방문자가 500명 미만이고 분야 점유율도 3%미만으로 나타나 극심한 편중현상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정치를 모든 정치인이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유권자들의 반응을 고려하면, ‘빈익빈 부익부’는 더 심하다.



오해 2. 인터넷정치는 저비용이다?
오프라인은 그대로, “남들도 하니 따라갈 수밖에”

인터넷정치는 저비용 정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인터넷으로 정치활동 비용이 줄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 방식의 조직운영과 소통방식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기존 방식에다 인터넷정치를 추가한 것이 현주소다.

정치인들은 홈페이지 개발 비용으로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돈을 쏟아붓고 있다. 여기에 매달 나가는 유지비용(웹 호스팅 비용 월 20~30만원 정도)과 인건비 등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인쇄물 의정보고는 여전한 가운데 이메일을 이용한 의정보고 비용도 추가된다. 대부분 지역구 유권자가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층이 많다보니 온라인 방식으로 의정활동을 다할 수 없는 탓이다.

한 초선의원 홈페이지 운영자는 “이메일, CD타이틀을 통한 의정보고를 병행하는 추세라서 우리쪽만 하지 않으면 성의없어 보이고 뒤처진다는 느낌도 들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며 “효과를 떠나 인터넷정치가 비용이 덜 든다는 것은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현행법에서 의정보고를 반드시 인쇄물 형태로만 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도 인터넷정치 비용을 증가시키는 걸림돌이다.

그러나, 고진화 의원은 “지역구에 인쇄물로 의정보고 하던 것을 점차 줄여나가면서 인터넷으로 의정활동을 공개하는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며 “오프라인 정치방식이 완전하게 온라인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일시적 현상이고 장기적으로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해 3. ‘악플’, 여론재판은 인터넷정치만의 문제인가?
“‘알바·지능형 안티’ 등이 인터넷정치의 역풍”

익명을 올라오는 악성 댓글과 여론재판은 인터넷정치의 폐단이다. 실제 특정 정치인에 대한 사이버테러는 인터넷정치의 최대 걸림돌이다. 일부 의원들은 누리꾼들의 무차별 공격에 시달려 홈페이지를 폐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인터넷정치의 단맛은 정치인들이 다 빨아먹고 쓴맛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누리꾼들에게 전가하는 꼴이다.

민경배 교수는 “악플과 여론재판은 정치뿐 아니라 인터넷세상의 일반적인 문제”라며 “인터넷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면 수혜자인 정치인들이 어떻게 인터넷을 악용하는지, 그것이 어떻게 인터넷세상의 건강성을 해쳤는지도 동일한 분석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 교수에 따르면 인터넷정치의 폐단은 오히려 ‘알바’를 동원한 과도한 여론조작이다. 최근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가짜 여교사 촌지 사건에서 드러나듯 이른바 ‘지능형 안티’도 인터넷정치에서 유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민 교수는 “‘알바’나 ‘짜고치는 고스톱’ 같은 말이 인터넷 여론조작을 상징하는 말인데 정치사이트에서 출발했고, 지지자로 가장해 부정적 여론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이미지 조작수법인 ‘지능형 안티’도 선거기간 정치인 홈페이지에서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정치의 과도한 대표성은 오히려 스트레스

인터넷정치가 정치인에게 불리한 경우도 있다. 인터넷정치는 대다수 의원들에게 오히려 스트레스다. 인터넷정치의 수혜가 유력 정치인에 몰리는 것이나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 순위가 정치인들의 영향력을 과도하게 대표하는 경우가 그렇다.

한 초선 의원은 “포털에 들어가면 정치인을 상대로 인기검색어 순위를 매기고 있다”며 “그것 자체가 활동성과 정치적 영향력을 평가하는 것 같아 은근히 신경쓰인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이른바 ‘호텔방 묵주 사건’이 보도된 포털사이트의 기사에는 수만건의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그 기사를 가수 문희준씨 기사 등과 함께 ‘3대 인터넷 성지’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정형근 의원의 기사 댓글에는 호텔방 사건 당시 같이 있었다는 여성의 이름이 사실 확인도 되지도 않는 채 유언비어로 나돌았다. 심지어 추천 검색어에서는 ‘묵사마’와 함께 친절하게 그 여성의 이름이 떴다. 인터넷정치의 부작용과 피해는 통제권이 미치는 정치인 홈페이지가 아니라 포털사이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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