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연구위원이 논문에서 ‘햇볕정책’ 비판
통일연구원장 “다양한 의견 중 하나일 뿐”
통일연구원장 “다양한 의견 중 하나일 뿐”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선임연구위원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지난 10년간 통일·외교·안보 정책은 역사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비판은 특히 통일연구원 주최 학술회의에서 제기돼, 그동안 햇볕 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온 통일연구원이 정권 교체 뒤 새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일연구원 전성훈 선임연구위원은 17일 하루 먼저 배포한 통일연구원 개원 17돌 기념 학술회의 발표논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역할’에서 “지난 10년 동안 대북정책이 대한민국 건국과 분단의 역사적 과정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근거하지 않은 모호한 대북관을 바탕으로 추진돼 국가 정체성에 큰 혼란이 왔다”고 주장했다.
전 선임연구원은 노무현 정부의 고위 외교안보당국자들이 북핵 문제에 대한 인식이 안이했고 남북관계의 기본 상식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정부 출범 초 널리 퍼진 ‘2003년 한반도 위기설’ 당시 위기의 원인으로 부시 행정부와 한국의 보수층을 지목해 미국이 한반도 위협의 근본 원인이란 북한 정권의 선전과 일맥상통한 주장이 나왔다”며 “당시 위기설 유포 진원지가 한국 내부였다는 사실에 대해 적절한 조사와 합당한 조처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또 전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2006년 10월9일을 대한민국 통일·외교·안보의 국치일, 되풀이돼서는 안 될 역사적 과오로 규정했다.
논란이 일자 전성훈 선임연구위원은 “발표내용은 학자적 양심에 바탕해 수년간 연구 결과를 종합한 개인 입장”이라며 통일연구원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차관을 지낸 이봉조 통일연구원장도 “통일연구원 연구진은 진보부터 보수까지 폭넓은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이라며 “이번 학술회의는 다양한 의견 제시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일연구원 공식 학술회의의 주제 발표 논문이 사전 점검되지 않은 채 나올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전 선임연구원의 비판이 정권 교체 뒤 세를 얻어가는 통일연구원 내 보수 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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