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이 대통령, 남북 연락사무소 제안 의미와 전망
남북 경색국면 풀고 ‘동미봉남’ 견제 의도
북 수용 가능성 희박…추가 설득과정 필요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상호 설치’ 제안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사실상 첫 적극적인 대북 대화 제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경협이 없다는 남쪽의 대북강경론에, 북쪽은 개성공단의 남북경협사무소 정부인사 추방 등으로 맞섰다. 그러나 이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의 기본 인식은 이를 ‘남북관계 조정기의 진통’ 정도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남북대화와 관련해서도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식의 원론적 언급말고는 적극적 제스처를 취하진 않았다. 그런 이 대통령이 구체적 제안에 나선 것은 남북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은 막아야겠다는 의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제안은 남북대화가 진정성을 바탕으로 실질적 진전이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겠다는 대화 제의로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제안은 최근 북핵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는 국면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싱가포르 협상을 통해 북핵신고 문제가 풀릴 조짐을 보이는 정세에 남북관계의 속도를 맞추려는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대북 대화 의지를 과시하며 명분을 쌓는 한편, 북쪽의 ‘통미봉남’ 전략 시도를 사전 차단하려는 다목적용 포석인 셈이다. 이 대통령을 수행 중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6자 회담 모멘텀이 살아나는 가운데 남북관계도 보조를 맞추려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연락사무소’는 정식으로 국교를 맺지 않은 나라 사이에 외교관계 수립 전 단계에서 설치하는 기관이다.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가 설치되면, 남북관계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전개될 수 있다. 남북 최고책임자에 직보가 가능한 고위급 상시 대화채널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연락사무소 설치는 상대 체제 인정과 내정 불간섭 등을 전제로 한다”며 “최근 북의 반발을 비켜가면서 이 대통령이 대북 대화를 정식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쪽이 이번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남쪽의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은 처음이 아니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남북대화 실무기구 성격의 연락사무소가 설치된 바가 있다. 또 남쪽은 2000년 6월 첫 남북정상회담 뒤 남북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자 여러 차례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했다. 그러나 북쪽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 설치하는 것을 민족 내부간 특수관계인 남북간에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거절해 왔다.
북쪽은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의 관건은 6·15 정상회담과 10·4 정상회담의 승계·이행 여부”라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북한은 이 대통령이 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불쑥 연락사무소를 제안한 것을 진정성 없는 정치 공세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의 ‘수단’으로 연락사무소를 꺼냈지만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의 ‘결과’가 연락사무소 설치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해서는 이 대통령이 다양한 통로로 남쪽의 진의를 북쪽에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워싱턴/권태호 기자, 권혁철 기자 ho@hani.co.kr
북 수용 가능성 희박…추가 설득과정 필요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상호 설치’ 제안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사실상 첫 적극적인 대북 대화 제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경협이 없다는 남쪽의 대북강경론에, 북쪽은 개성공단의 남북경협사무소 정부인사 추방 등으로 맞섰다. 그러나 이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의 기본 인식은 이를 ‘남북관계 조정기의 진통’ 정도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남북대화와 관련해서도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식의 원론적 언급말고는 적극적 제스처를 취하진 않았다. 그런 이 대통령이 구체적 제안에 나선 것은 남북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은 막아야겠다는 의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제안은 남북대화가 진정성을 바탕으로 실질적 진전이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겠다는 대화 제의로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제안은 최근 북핵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는 국면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싱가포르 협상을 통해 북핵신고 문제가 풀릴 조짐을 보이는 정세에 남북관계의 속도를 맞추려는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대북 대화 의지를 과시하며 명분을 쌓는 한편, 북쪽의 ‘통미봉남’ 전략 시도를 사전 차단하려는 다목적용 포석인 셈이다. 이 대통령을 수행 중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6자 회담 모멘텀이 살아나는 가운데 남북관계도 보조를 맞추려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연락사무소’는 정식으로 국교를 맺지 않은 나라 사이에 외교관계 수립 전 단계에서 설치하는 기관이다.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가 설치되면, 남북관계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전개될 수 있다. 남북 최고책임자에 직보가 가능한 고위급 상시 대화채널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연락사무소 설치는 상대 체제 인정과 내정 불간섭 등을 전제로 한다”며 “최근 북의 반발을 비켜가면서 이 대통령이 대북 대화를 정식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쪽이 이번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남쪽의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은 처음이 아니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남북대화 실무기구 성격의 연락사무소가 설치된 바가 있다. 또 남쪽은 2000년 6월 첫 남북정상회담 뒤 남북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자 여러 차례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했다. 그러나 북쪽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 설치하는 것을 민족 내부간 특수관계인 남북간에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거절해 왔다.
북쪽은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의 관건은 6·15 정상회담과 10·4 정상회담의 승계·이행 여부”라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북한은 이 대통령이 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불쑥 연락사무소를 제안한 것을 진정성 없는 정치 공세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의 ‘수단’으로 연락사무소를 꺼냈지만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의 ‘결과’가 연락사무소 설치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해서는 이 대통령이 다양한 통로로 남쪽의 진의를 북쪽에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워싱턴/권태호 기자, 권혁철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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