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등 국무위원들이 27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 13일 “초과세수 내수촉진에 쓰겠다”
재정장관 이때부터 추경 기정사싱화…당 반발
청 “현실적으로 어렵다” 교통정리…물가도 부담
재정장관 이때부터 추경 기정사싱화…당 반발
청 “현실적으로 어렵다” 교통정리…물가도 부담
■ 추경예산 편성 보류 전말 ■
최근 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한나라당의 갈등에서 청와대가 결국 ‘당’의 손을 들어줬다. 청와대가 27일 ‘추경 카드’를 접었다고 선언한 것이다.
애초 ‘추경 편성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청와대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내수진작 필요성을 강하게 언급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초과 세수가 걷힌 것에 대해 예산(으로) 쓸 수 있도록 5월 국회가 열리면 상의해 내수 촉진시키는 일에 쓸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말해 사실상 추경 편성을 시사했다.
그러자 올해 성장률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때부터 추경 편성을 기정사실화하고 밀어붙였다. 강 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추경 편성을 강조했고, 이 때문에 추경 편성을 반대하는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등 당쪽 인사들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난 18일 첫 당정협의회 이후 23일, 26일 당정협의에서도 계속 평행선만 달렸다. 이한구 의장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론으로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고 해놓고 추경을 편성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당을 망하게 하려면 그렇게 하라지”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반대했다.
정부의 경제팀이 추경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기진작에는 재정지출 확대가 감세보다 훨씬 효과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장관이 대통령 발언을 경제팀에 유리하게 확대해석했다는 게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통령 발언은 예산 절감액의 효율적 사용을 통한 내수진작 방안을 마련하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을 뿐 추경을 승인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당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우선 추경 편성이 현재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에서 출발한다. 2006년 한나라당이 주도해 개정된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을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 및 대량실업 등에 국한하고 있다. 현 상황이 이에 해당된다고 보긴 어렵다. 따라서 추경을 편성하려면 먼저 국가재정법부터 바꿔 추경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야당뿐 아니라 여당까지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추경 편성 등으로 가용자원을 올해 총동원하는 것의 위험성도 경계한다. 경기부양으로 올해 성장률은 조금 끌어올릴 수 있을지 몰라도, 내년과 내후년 경제운용에 어려움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유가와 환율이 불안한 상황이라 물가불안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 자칫 무리한 경기부양으로 그러지 않아도 상승곡선을 긋고 있는 물가상승률이 임계치를 넘어설 경우 가계가 큰 고통을 받을 뿐 아니라, 임금인상 요구가 격해지고 경제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청와대가 추경 편성에 제동을 건 것은, 경기활성화를 기대하는 기획재정부 중심의 ‘성장론’과 인위적 경기부양의 후유증을 경계하는 당과 청와대 내부의 ‘안정론’ 사이에서 ‘안정론’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권태호 정남구 기자 ho@hani.co.kr
추경예산 편성 관련 당국자 주요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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