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거시목표치 줄줄이 후퇴]
유가·원자재값 상승, 경기 갈수록 ‘빨간불’
감세정책 본격 추진땐 복지 등 위축 불가피
단기 성장률 욕심 ‘추경 편성’ 미련 못버려
유가·원자재값 상승, 경기 갈수록 ‘빨간불’
감세정책 본격 추진땐 복지 등 위축 불가피
단기 성장률 욕심 ‘추경 편성’ 미련 못버려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7·4·7 정책’을 흔적만 남기고 사실상 포기했다. 불과 한달 보름여 전에 목표로 제시했던 올해 6% 경제성장률도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고, 일자리 창출 전망치 등을 크게 낮춰잡았다. 이런 변화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은 데 일차적으로 기인하지만, “선거는 끝났고, 정권 임기는 많이 남아 있다”는 현실인식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크게 높아진 국민의 기대수준을 지금이라도 낮춰놓지 않으면 짐을 더욱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7·4·7 공약의 폐기는 예고된 것이었다. 국책·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5%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일찌감치 내다봤다. 경기가 후퇴 국면으로 들어서고, 국제유가와 각종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7·4·7 정책은 실현 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정치적 구호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강 장관은 당시 “올해 6% 성장률 달성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으나, 7월쯤 하반기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성장률 목표치의 하향조정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둘러싼 당정간 대립은 정부의 정책목표를 재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재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계잉여금 잔금 4조9천억원으로 추경을 편성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세’를 앞세운 한나라당의 반대에 밀렸다. 감세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경제공약의 핵심이다. 27~28일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가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임기 말께 잠재성장률 및 실질성장률 7%를 달성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경기 흐름이 나쁜데다, ‘감세’ 정책으로는 단기적인 성장률 제고가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율 인하를 시작으로 공격적인 감세에 나설 방침이다. 재정전략회의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22.7%인 조세부담률을 임기 말 20.8%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국내총생산의 2%포인트는 지난해 기준으로 18조원에 이른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를 달성하려면 경상(명목)성장률 이하로 재정지출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세와 함께 사회기반시설(SOC)은 더 확충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렇게 하려면 일부 예산항목을 감축하거나 동결하는 게 불가피하다. 따라서 당장 경제지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복지예산이 축소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소득층에 집중될 감세혜택과 겹치면, 이는 계층간 소득격차 확대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성장잠재력 확충으로 임기 말 7%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정부가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수단 확보에 계속 공을 들이는 것은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추경예산 편성을 제한하는) 국가재정법은 재정 건전성만 중시해 만들어진 것으로 재정의 유연성·탄력성을 제약해 길게 보면 문제가 크다”며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은 보류됐지만, 국가재정법을 고쳐 언제든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길은 열어두자는 것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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