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과 부분 추가협의 필요”
정부가 애초 15일로 예정했던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의 장관 고시를 7∼10일 정도 연기하겠다고 14일 밝혔지만, 추가 검토 기간에 수입위생조건의 본질적 내용이 바뀔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과학적 근거나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재협상은 없다”고 못박은 만큼, 장관 고시 연기는 국민적 분노를 잠깐이나마 피해 보려는 ‘시간 끌기’ 성격이 강해 보인다. 정부는 입안예고 기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334건의 의견이 접수돼, 14일 하루 동안 다 검토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시 연기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정부는 또 미국의 31개 수출승인 도축장의 위생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12일 미국으로 출발한 특별점검단의 결과 보고 검토와 국내의 수입 쇠고기 검역 상황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 검토 기간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는 정도의 ‘돌발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수입위생조건의 원안이 거의 바뀌지 않은 채 25일께 고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약속했고 지난 13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그 권리를 인정한 ‘미국에서 광우병 발병 때 수입중단 조처’에 대한 명문화 작업이 이 기간 진행될 가능성은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했고 미국이 스테이트먼트(성명)로 밝힌 입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명확하게 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밝혀 이 부분에 국한한 추가 협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새 수입위생조건이 관보에 고시되면 곧바로 이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절차가 진행된다. 지난해 10월5일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인 등뼈가 발견돼 중단됐던 수입 검역이 7개월여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검역 중단으로 국내 컨테이너 야적장 등에 쌓여 있는 5300톤의 미국산 쇠고기는 고시 당일 바로 검역이 이루어져 국내 유통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합민주당 등 야권 3당이 이날 법원에 낸 ‘장관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수입위생조건의 효력이 즉시 중지되기 때문에 장관 고시 이후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검역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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