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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노사모 아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등록 2005-04-23 14:13수정 2005-04-23 14:13

원희룡 의원은 블로그에 패러디를 올려놓았다. 원희룡 의원 블로그 캡쳐.
원희룡 의원은 블로그에 패러디를 올려놓았다. 원희룡 의원 블로그 캡쳐.

"노사모 아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정치 오해와 진실 <2> 블로그·미니홈피 정치와 팬덤

<한겨레>는 인터넷정치를 주제로 정치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인터넷, 온라인 트렌드와 정치와의 관계, 전자정당화 등 3차례에 나눠서 살펴본다. [편집자]

“정치도 부드럽다”…미니홈피와 블로그로 뛰어든 금배지들

“네이버 블로그와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한다. 정치 이야기는 물론 자잘한 일상사까지 공개하고 있다. 사생활을 열어놓는다는 면에서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들과 간극을 좁힐 수 있고 국민들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블로그와 미니홈피에 뛰어드는 정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줄잡아 100여명에 이른다. 의원 3명중 한명은 블로거이거나 ‘싸이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미니홈피(www.cyworld.nate.com/ghism)는 하루 방문자가 3000여명이 넘고 누적 방문자는 260만명을 넘어섰다.

 원희룡 의원은 블로그(blog.naver.com/wonheeryong.do) 활동이 돋보인다. 원 의원은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린다. 부모님 사진은 물론 아내와 영화를 보면서 찍은, 하품하는 사진도 올라와 있다. 원 의원은 블로그에서 보수논객 지만원씨와 “진정한 보수를 가리자”며 논쟁을 벌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해바리기 피는 마을(blog.naver.com/kjl533.do)의 '촌장 '이계진 의원은 직접 그린 그림과 자작시를 올리고 있다.

 열린우리당 소속 여성의원 18명이 참여하는 ‘사포’(blog.naver.com/myhong0910)라는 공동 블로그도 3월초 문을 열었다. 당내 475세대 의원 10여명도 ‘아침이슬’(morning70.net)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니홈피·블로그 정치에 대한 찬반론
“대중정치 강화될 것”↔“정당정치 위기가 본질”


 미니홈피·블로그를 통한 정치는 딱딱한 홈페이지보다 국민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 대중정치가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다.

고진화 의원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이 설득해서 그 힘을 바탕으로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대중정치의 본질”이라며 “정치인이 보다 쉽고, 친근하게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여성의원 공동블로그를 기획한 배영환 우리당 전문위원도 “홈페이지를 ‘진지’라고 한다면 블로그는 누리꾼들과 직접 백병전하는 것과 같다”며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보다 계급장 떼고 대중속으로 뛰어들어가 함께 토론하기 위해 공동 블로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엔지오학과 교수는 “미니홈피·블로그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온라인 트렌드”라며 “오프라인에서도 정치인들이 민생탐방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 다니는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터넷정치를 전공하고 있는 이원태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정당을 중심으로 지탱해온 정치적 시스템이 정보화사회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며 “정치인 스스로 정당정치의 위기를 드러내주고 있다”고 다른 진단을 내놨다.

이 연구원은 “정당이 소속 의원들을 통합해내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정치인이 인지도와 지지도 관리 차원에서 개인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의민주주의의 한 축인 정당정치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고진화 의원의 미니홈피와 열린우리당 여성의원 공동블로그 '사포' \
 

감성없는 컨텐츠, 또는 컨텐츠 없는 감성?

미니홈피·블로그 정치는 방문자들이 정책이나 주의·주장보다는 감성적인 컨텐츠에 호응이 높은 탓에 정치의 연성화와 이미지 정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 연구원은 “노사모 등 과거 온라인에서 정치인 지지는 정치적 결사체의 성격을 띄었으나 개인 미디어 시대에는 ‘멋있다. 쿨하다’ 등 인간적인 평가와 감성적인 이미지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정치가 강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민경배 교수는 “궁극적으로 컨텐츠가 정치인을 검증하는 수단인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아무리 컨텐츠가 훌륭하다 하더라도 전달능력이 떨어지면 의미가 없다. 인터넷에서 정치화 과정은 컨텐츠를 만드는 일과 감성적으로 가공하는 일, 두단계의 공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류 ‘○사모’들 성공할 수 있나?
집단적 동질성보다 개인의 막연한 지지가 커뮤니티화
노사모와 다른 활동방식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

인터넷에는 유력 차기대권 후보들의 팬클럽도 꿈틀댄다.
‘노사모’를 시작으로 박근혜 대표의 ‘박사모’, ‘시민사랑’(유시민), ‘고사모우민회’(고건), ‘GT클럽, 희망’(김근태), ‘신화를창조하는사람들’(이명박)이 잇따라 둥지를 틀고 있다.

김근태 장관의 허영 보좌관은 “팬클럽은 정치인 김근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했고 독자성과 창의성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며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팬클럽은 특정인을 열광적으로 지지한다는 면에서 종종 연예인 팬덤(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나 현상)과 비교되기도 한다. 연예인 팬덤은 개인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가 대부분인 반면, 정치인 팬덤현상은 구성원들이 국가적이고 공적인 현안이나 이슈를 끊임없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그러나 정치인 팬클럽에서도 연예인 팬클럽과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이원태 연구원은 이런 이유로 “정치인 팬클럽이 편가르기를 심화시키고 담론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정 정치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노빠’, ‘박빠’, ‘유빠’라고 부르듯 정치적 색깔이 다른 구성원과의 단절이나 분리, 편가르기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연예인 팬클럽과 안티 팬클럽이 온라인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것처럼 정치인 팬클럽에서도 그런 조짐이 일고 있다. 온라인 담론 형성과정이 상호소통하고 침투하는 과정이 아니라 분리돼 싸우는 게토화와 쟁투과정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사모도 ‘노빠’라는 지탄과 역공에 시달려 고립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또 “노사모는 정치적 입장과 문화적 감수성을 공유했는데, 그 이후 팬클럽은 동질성보다는 누리꾼들이 막연하게 개인적으로 좋아하다 커뮤니티화된 경우가 많다”며 “노사모 이후 출연한 팬클럽들은 노사모의 아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민경배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팬클럽에도 트렌드가 있는데 노사모의 출현 배경이 된 동호회와 논객시대는 개인 미디어가 성장하면서 이미 끝났다”며 “온라인에서 유사품이 성공했다는 사례는 없다. 아류 팬클럽들이 노사모를 따라하는 방식으로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온라인 지지가 오프라인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노사모와 다른 팬클럽들과 정치력이나 지지의 질적 면에서 차이가 확연하다. 감성적 이미지에 따라 지지하는 경향이 많은 상황에서 비용과 희생이 요구되는 오프라인 정치참여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포스트 트렌드시대와 정치

 개인 미디어와 팬클럽에서 살펴보았듯 인터넷정치는 온라인상의 기술과 트렌드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동호회와 논객의 시대에 노무현이 최대의 온라인 수혜자였다면 개인 미디어 시대에는 박근혜 대표가 그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업계는 개인미디어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이선재 다음(www.daum.net) 포스트커뮤니팀장은 “새로운 트렌드는 업계의 지대한 관심사항이고 이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다”며 “정치인도 업계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빠르게 새 흐름에 진입하는 것이 온라인 여론을 선점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정치가 유행에 휩쓸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있다. 이원태 연구원은 “한국의 인터넷정치는 기술이나 새 흐름에 종속되는 전자민주주의적 성격을 띄었다”며 “이는 정치인들에게 정책적 내용이나 논리보다는 지나치게 대중영합적 방법과 내용으로 승부를 걸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원은 “유행이 변하면 대다수 사용자들이 낡은 것에 식상해하면서 이탈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로 떼지어 이동하는 것도 인터넷세상의 특징”이라며 “개인 미디어에 강한 정치인들이 결코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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