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미니홈피.
“아버지의 후광, 컨텐츠 부재는 짚어봐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미니홈피는 현재 정치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네트워크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 방문자에서도 그렇지만 미니홈피간 네트워킹의 수단이 되는 1촌의 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박 대표와 1촌을 맺겠다고 대기하고 있는 누리꾼만 30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거의 박근혜 팬덤(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나 현상)에 가깝다. 이들의 정치적 힘에 대해서도 결코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1촌이 파도에 파도를 타고 확산된다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네트워크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탓이다. 지난 대선이 불과 50만표에서 승부가 갈렸다는 것을 감안할 때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인 박 대표는 온라인에서 강력한 무기를 하나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박 대표가 싸이월드에서 이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오프라인에서 박 대표가 가지고 있는 명망성과 본인의 뛰어난 온라인 마인드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박 대표가 퇴근 뒤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미니홈피 관리이고, 200만번째 방문자와 공개 데이트를 가지는 등 미니홈피에 들이는 박 대표의 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박 대표의 미니홈피 방문자들의 성향을 보다 상세히 들여다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박 대표에게 찾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강력한 한국 사회에서 그 후광을 입고 있는 것이다. 미니홈피에는 박정희 대통령과 관련된 글이 상당히 많다. 주로 나이 먹은 누리꾼들의 박 대표 지지성향은 박 대통령의 향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정권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은 박 대표의 독특한 정치적 아이콘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엔지오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에게 박근혜는 지금까지 한국정치를 지배했던 남성 정치인에게 찾을 수 없는 여성성의 이미지와 다른 여성 정치인보다 품격이 높아 보이는 일종의 ‘명품 정치인’의 아이콘”이라고 설명했다.
이원태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박 대표가 한나라당의 보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이미지와 차별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든지 보수 정치세력에 위협받을 수 있는 불안한 존재”라며 “지지층들 사이에서 보호본능을 유발하고 동정도 상당히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한나라당 내분 사태에서 보여지듯 반대파들이 박근혜를 끊임없이 흔들면서도 쉽게 낙마시키지 못하는 것은 박사모를 비롯해 온-오프상의 네트워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1촌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강력한 무기를 가진 것은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이선재 다음(www.daum.net) 포스트커뮤니팀장의 분석은 “싸이월드라는 트렌드가 추구하는 색깔과 정치인 박근혜라는 아이콘의 궁합이 절묘했기 때문”이라는데 닿아 있다. 이 팀장은 “싸이월드는 여성스러움이 강한 특성을 가졌다. 타켓층이 19~24살 여성들이라 아기자기하고 여성스럽다. 그런 면에서 정치인 가운데에서는 박근혜 의원이 싸이월드의 성격에 딱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니홈피에서 박근혜팬덤(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나 현상)이 정치력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감성과 이미지 뒤에 숨은 박 대표의 정치적 컨텐츠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이미지와 감성은 넘쳐나지만 그것을 정치적 동력으로 형성할 컨텐츠가 약하다는 점이 박 대표의 가장 큰 약점”이라며 “박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적 컨텐츠가 선명한 이명박 시장이 미니홈피에서 박 대표만큼의 영향력과 자산을 가졌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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