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최시중 방통위원장 발언 파문…언론단체 강력반발
최시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김금수 <한국방송> 이사장을 만나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하락은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언론계 안팎에 파문이 일고 있다.
복수의 언론단체 간부들은 16일 “최 위원장이 지난 12일 점심 때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김 이사장과 만나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방송 때문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조기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김 이사장이 최 위원장과의 만남 직후 언론단체의 몇몇 지인들에게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털어놓았다”며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이 김 이사장에게 정 사장의 조기 퇴진 방법 등도 문의했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최 위원장의 이런 질문에 “정연주 사장을 사퇴시키고자 한다면 무언가 명분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한국방송 이사회로 하여금 방송법에도 없는 사퇴 권고 결의안을 내게 하는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 내용이 파문을 빚자 방통위 비서실을 통해 “발언 여부는 물론 김 이사장과의 만남 여부도 개인 일정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개인 일정으로 지난 14일 러시아로 출국해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최 위원장과 김 이사장은 서울대 상대 동기동창으로 지난 3월27일에도 비공개로 만났으나, 김 이사장은 그날 만남에 대해서는 “오랜 친구 사이라 만났을 뿐이며 정 사장 거취와 관련한 대화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6일 논평을 내어 “최시중씨는 아직도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라고 생각하는 왜곡된 방송관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다”며 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방송 기자·경영·피디협회도 이날 공동 성명을 내어 “정권의 실세가 나서 한국방송 보도에 불만을 표시하고 사장의 진퇴를 문제 삼았다는 점은 한국방송을 언제라도 장악이 가능한 권력의 도구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민주당과 창조한국당 등 야당도 논평을 내어 “정치 중립 의지를 저버린 최 위원장에 대해 국회가 탄핵 절차를 밟는 것이 법질서 확립을 위한 매우 시급한 조처”라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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