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추가협의…검역주권 추상적 인정 서한 교환
미 식용금지 부위 추가 수입금지…“재협상 불가능”
미 식용금지 부위 추가 수입금지…“재협상 불가능”
한국과 미국 정부가 쇠고기 협상에 대한 ‘추가협의’를 통해 우리 정부의 검역주권을 추상적 수준으로 인정한 서한을 교환했다. 또 미국에서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로 분류돼 식용이 금지되지만, 새 수입 위생조건에서는 수입을 허용한 부위에 대해서도 추가로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국 대표가 서명한 서한의 내용은 국제 협정이 허용하는 일반적 권리를 원칙적으로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또 정부는 미국이 2005년 입안예고안보다 후퇴한 사료 금지 조처를 공포했는데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것을 포함한 여러 독소조항들을 고치기 위한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0일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미 쇠고기 추가협의를 통해 수입 위생조건 5조와 1조9항의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 상호 입장을 일치시켜 보다 명확히 했고, 그 내용을 양국 통상장관이 서명한 서한으로 만들어 교환했다”고 밝혔다. 합의는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김 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서한을 주고받는 형태로 이뤄졌다.
슈워브 대표는 서한에서 “모든 정부는 가트 20조와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 협정에 따라 건강 및 안전상의 위험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슈워브 대표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과 관련해, 미국이 내수용과 수출용 쇠고기에 대해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고 한국에 수출된 쇠고기가 이런 규정을 위반하면 한국 검역당국이 수입 위생조건 23조와 24조에 따라 필요한 조처를 할 권리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미국 쪽은 서한에 한승수 국무총리의 담화문에 대한 화답 성격인 슈워브 대표의 지난 12일 성명과 미국 농무부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규정을 첨부했다.
이에 대해 김종훈 본부장은 “미국 쪽 조처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서한과 함께 “광우병이 발생해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힌 한 총리의 담화문을 미국 쪽에 덧붙여 보냈다.
한-미 쇠고기 협상 추가협의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굴욕적으로 체결된 협상의 핵심 독조조항에는 손도 못 댄 채 계약의 기본 상식도 무시한 편지 한 통으로 국민을 기만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우리 정부는 수입 중단을 포함하는 어떤 검역 조처도 취할 수 없다”며 “검역주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면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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