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등 5개국엔 광우병 엄격적용
“과거 5년간 광우병 발생 사실이 없어야 한다.” “광우병 등의 질병이 확인되는 경우 수출국은 즉시 한국으로의 수출을 중지하는 동시에 한국 정부기관 앞으로 필요한 사항을 통보하여야 한다.” “현지 위생점검 결과 부적합할 때 해당 작업장의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일본·멕시코·스웨덴 등과 맺은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에 담겨 있는 ‘검역주권’과 관련한 대표적인 조항들이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는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없는 ‘청정지역’인데도, 광우병과 관련해 수입 위생조건에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멕시코의 경우는 광우병 의심 사례만 발생해도 멕시코 정부가 수출을 중지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유독 미국에 대해서만은 이처럼 엄격한 ‘검역주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사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기 전인 1998년에 맺은 ‘미국산 우제류 동물 및 그 생산물 수입 위생조건’에는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와 똑같이 ‘광우병 안전장치’가 확보돼 있었다. 그런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4대 선결조건의 하나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해 2006년 새로 만든 수입 위생조건에는 “과거 5년간 광우병 발생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이 빠졌다. 2003년부터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그 조항을 빼야 했기 때문이다.
2006년만 해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가 즉각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하고, 미국도 수출을 중단하도록 하는 조항은 유지됐다. 그러나 2008년 새 수입위생조건에는 이러한 수입 중단 조처마저 제외됐다. 특히 수입 중단 조처의 결정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판단에 맡김으로써 우리 정부가 마땅히 행사해야 할 ‘검역주권’을 포기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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