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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검역주권 침해’…추가협의 결과와도 상충
야권 “재협상”…대책회의 ‘최소안전기준’ 발표
야권 “재협상”…대책회의 ‘최소안전기준’ 발표
정부가 이번주 안에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 위생조건’을 확정해 장관 고시를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현수 농림수산식품부 대변인은 26일 “추가로 발표할 축산 대책 등에 대한 부처 협의와 미국 현지 점검단의 최종보고 등을 감안할 때 물리적으로 27일 고시 의뢰 발표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주 안에는 새 수입 위생조건을 확정해 고시를 행정안전부에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가 오는 28~30일에 확정된 고시 내용의 관보 게재를 행안부에 요청하면, 실제 고시가 관보에 실려 공포되기까지는 보통 2~3일이 걸려 다음주 초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 5조 그대로 둔 채 고시하면 추가협의·국내법과 충돌 농식품부는 한-미 쇠고기 협상 ‘추가협의’ 내용을 어떻게 반영할지 고심하고 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등급을 하향조정해야만 수입을 막을 수 있도록 한 수입 위생조건 5조를 그대로 둔 채 고시를 강행한다면, 국내법은 물론 추가협의 결과와도 상충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입 위생조건 5조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보장된 ‘수입금지 권한’을 무력화하고 있다.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즉각 수입을 중단하도록 규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우리처럼 국제수역사무국의 판정에 따라 수입중단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 놓지는 않았다.
만약 농식품부 장관이 수입 위생조건을 그대로 고시한다면, 장관에게 공중위생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내용을 고시할 것을 위임한 위임범위를 일탈한 ‘위법한 고시’에 해당한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5조가 검역주권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장관 고시를 강행하면, 헌법 60조(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과 비준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위반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령인 ‘법제업무 운용규정’에는 입법예고 뒤 예고 내용에 중요한 변경이 발생하거나 국민 생활과 직접 관련되는 내용이 추가되는 경우에는 해당 부분에 대한 입법 예고를 다시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한-미 쇠고기 협상 ‘추가협의’를 통해 애초 예고한 내용에 중요한 변경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입법예고를 다시 하지 않고 그대로 장관 고시를 강행한다면, 법제업무 운용규정의 관련 조항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나올 수 있다.
■ 정치권, 시민단체 반발 농식품부 장관 고시가 임박한 가운데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세 야당은 이날 정부에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라고 거듭 촉구했다.
세 야당의 김효석·권선택·천영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담을 열고, 정부에 △장관 고시 강행 중단과 즉각적인 재협상 △협상 책임자의 엄중 문책 △촛불집회 강경진압 중단 등 3개항을 요구했다. 세 당 대표는 회담 뒤 기자회견문을 내어 “고시 강행은 곧 국민과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장관 고시를 강행하게 되면 쇠고기 재협상은 물거품이 되고, (정부는) 파국으로 치닫는 중대 기로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날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쇠고기재협상 쟁취투쟁위원회’를 만들기로 하고, 위원장에 최인기 정책위 의장을 임명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도 이날 고시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재지정 등 ‘7가지 최소안전기준’이 수입 위생조건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수헌 강희철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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