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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규제완화 실상은 ‘친재벌’

등록 2008-06-01 20:46

취임 100일 ‘위기의 정부’
투자 늘려도 개인소득 안늘어…기업 조사 완화땐 중기 피해

“이명박 대통령의 규제완화에 화답해 대기업들이 올해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말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웃음이 나오더군요.”

4대그룹 소속 계열사의 사장이 최근 술자리에서 털어놓은 얘기다. 그는 “기업들이 여윳돈이 많으면서 투자를 안하는 것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투자처를 못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규제완화 이후 투자 마인드의 변화로는 지엑스칼텍스가 ‘2010년까지 모두 2조94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고도화시설 투자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업계에선 실정을 모르는 얘기라고 코웃음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급등으로 인해 고도화 설비의 원료인 벙커시유와 생산품인 디젤유 간의 가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설비투자에 따른 기대이익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약속한 경제 살리기의 핵심전략은 ‘비지니스 프렌들리’(친기업)와 규제완화이다. 이를 통해 투자를 늘려서 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도 많이 만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지주회사제 완화, 기업조사 완화, 금산분리 완화 등 각종 규제완화 정책들을 쏟아냈다. 취임 100일 시점에서 이를 평가하기는 이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는 한국경제와 시장의 구조변화를 간과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한국경제의 다섯가지 패러독스’를 소개했다. 그 두번째와 세번째가 성장률은 괜찮은데 개인소득과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과거엔 대기업 투자가 늘어나면 국민들의 소득과 일자리가 늘어나는 이른바 ‘트리클 다운’(적하)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성장 혜택이 나머지 중소기업이나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데도, 이 대통령이 이를 계속 외면하는 전략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면서 경영권 방어장치를 강화해주겠다고 하는데, 기업 인수합병시장을 보면 방어하는 쪽과 공격하는 쪽 모두 기업이다. 대통령은 왜 방어하는 기업에만 프렌들리한가?” 한 대형 증권사 사장의 지적이다. 친기업을 명분으로 경영권 방어장치 강화를 위해 ‘포이즌 필’(독약처방·적대적 인수합병시 기존 주주에게 주식을 싼값에 부여)을 도입하려는 것을 꼬집는 말이다.

기업 조사부담 완화 정책도 친기업주의 오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시장에서 불공정행위를 하는 대기업이나,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중소기업은 모두 기업이다. 친기업을 이유로 위법행위를 한 대기업을 봐주는 것은, 곧 중소기업을 죽이는 반기업주의가 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정부의 친기업은 실제론 친재벌”이라면서 “정부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룰과 제도를 정립하고, 이를 엄격히 집행하는 ‘친시장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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