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옥수수 5만t 대북지원 제의’ 왜
남북관계 ‘고육책’…북쪽이 수용할지 미지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첫 대북 공식 제안인 옥수수 5만t 지원을 위한 접촉 제의는 남쪽 정부가 주도적으로 내놓은 게 아니라 최근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 진전 등 외부 상황에 떠밀려 나온 측면이 강하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4일 “북의 대남 비난에도 불구하고 접촉을 제안했다. 진정성으로 보면 (단순 접촉 제의가 아니라 옥수수 5만t 지원) 제의라고 해석해도 된다”고 적극적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접촉 제의는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고육지책 성격이 강하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정부의 태도는 단호했다. 정부는 “먼저 북한의 지원요청이 있어야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통일부 당국자들은 “우리는 급할 게 없다. 식량 사정이 급한 북쪽이 결국 먼저 지원 요청을 해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북핵 문제의 진전과 함께 미국이 북한에 식량 50만t 지원을 결정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정부의 처지가 곤궁해졌다. 외교적 고립이 우려된 것이다.
여기에 시민단체들이 대북 지원 캠페인으로 정부를 압박했고,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한목소리로 조건 없는 대북 식량 지원을 검토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 내부에서도 기류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북한의 식량 사정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거나 심각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북한의 요청이 없어도 식량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며 대북 식량 지원 재개 쪽에 무게를 실었다.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정권 때 합의된 옥수수 5만t 지원 건을 끄집어낸 것은 명분과 실리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옥수수 5만t 건은 지난해 12월 지원하려다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고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옥수수의 국외반출을 제한하는 등 국외시장에서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집행이 유보된 것이다. 현 정부로서는 큰 정치적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북쪽이 먼저 요청해야 지원한다”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고리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 장관은 “옥수수 건은 북한이 우리에게 요청을 해서 남북이 주기로 합의가 됐던 사항이며, 형식적으로 보면 우리는 ‘북한이 지원 요청해 오면 검토하겠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쪽이 옥수수 5만t 지원 협의에 응할지는 알 수 없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식량과 비료 지원은 시기가 중요한데 정부가 정책 추진의 최적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남쪽이 지난달부터 3주째 판문점 채널을 통해 의사를 타진했으나 북쪽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정권 때 합의된 옥수수 5만t 지원 건을 끄집어낸 것은 명분과 실리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옥수수 5만t 건은 지난해 12월 지원하려다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고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옥수수의 국외반출을 제한하는 등 국외시장에서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집행이 유보된 것이다. 현 정부로서는 큰 정치적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북쪽이 먼저 요청해야 지원한다”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고리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 장관은 “옥수수 건은 북한이 우리에게 요청을 해서 남북이 주기로 합의가 됐던 사항이며, 형식적으로 보면 우리는 ‘북한이 지원 요청해 오면 검토하겠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쪽이 옥수수 5만t 지원 협의에 응할지는 알 수 없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식량과 비료 지원은 시기가 중요한데 정부가 정책 추진의 최적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남쪽이 지난달부터 3주째 판문점 채널을 통해 의사를 타진했으나 북쪽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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