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불안하다고 뉴질랜드, 호주산 사먹으면 미국도 손해 아니냐.”
김대중 전 대통령은 4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찾은 원혜영 통합민주당 새 원내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 입장에서도 쓴 약 먹이듯 밀어붙이면 손해”라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쪽에서도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은 “쇠고기 문제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어렵게 생각하기가 오히려 어려운 문제”라고 정리해버렸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는 쇠고기를 사먹는 손님이고 미국은 장사하는 사람”이라며 “미국 속담에 ‘소비자가 왕’이라는 말이 있는데, 국민이 불안하다고 하면 파는 쪽에서 불안하지 않게 할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정부가 한 절차가 있어서 바꾸자고 하면 (미국 쪽에서) 좀 그렇겠지만, 안 사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반미 한다는 것도 아니고 안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라면 팔 사람은 손님 대접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쇠고기 문제는 외교 문제도, 안보 문제도, 경제적 이권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일반 대중이 아침·저녁상에 오르는 쇠고기를 안전하게 먹고 싶으니 그걸 보장해 달라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평화적 촛불집회가 민주 정부에서 진행된 정보화의 결실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돌도 안 던지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다양한 모습으로 평화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이 스스로 깨달아 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며 “문자, 인터넷, 휴대전화 등 자발적으로 알리고 참여하고 있다. 지난 민주당 정부 때 우리가 정보화에 힘쓴 결실”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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