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고위 관계자들이 워싱턴을 줄줄이 방문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교역 금지’를 놓고 미국쪽을 설득하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 7일 한-미정상간 통화 이후에도 재협상보다는 업계 자율규제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미국 쪽에게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진하 제2정조위원장을 단장으로 권택기, 윤상현, 이달곤 의원 등 한나라당 대표단은 9일(현지시각)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무역대표부를 찾아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미국 수석대표였던 웬디 커틀러 대표보를 만나, 월령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에 대한 한국인의 우려를 전달했다. 1시간여 면담 동안 커틀러 대표보는 미국 쪽의 전향적 자세를 주문하는 한국 쪽의 요청에 대해 “정부간 노력이 계속 진행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틀러 대표보는 “두 나라 정부가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밝히기는 이르다”면서 “한국의 의회대표단이 온 이유를 충분히 알았으니 관계자들에게 전파하겠다”고 말했다고 황 의원은 전했다.
한미정상이 구두로 합의한 ‘30개월 이상 쇠고기 교역 금지’를 뒷받침할 정부 차원의 실질적 방안에 대한 본격적 협의는 10일 워싱턴을 방문하는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정부 대표단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백악관 관계자 등과 만나 ‘구체적 조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며, 박덕배 농식품부 제2차관과 최종현 외교부 지역통상국장, 김창섭 농식품부 동물방역팀장 등으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은 미 농림부 및 무역대표부 쪽과 세부 사항을 협의할 예정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 정부쪽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에 대한 한국 내 반발이 이처럼 거셀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어려움에 처한 한국정부의 처지를 지원하려는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상간 전화 통화에 대한 청와대와 백악관의 발표 내용에 차이가 있어 구체적 진전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부시 대통령이 ‘한국에 들어가서는 안 될 물건이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반면, 백악관은 “미국 쇠고기 수출업자들이 쇠고기 교역에서 한국 수입업자들과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에 도달하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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