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계 급진전에 ‘긴장’…실무접촉 요구 접기로
정부가 식량지원 협의를 위한 남북간 실무접촉 요구를 접고 아무 조건 없이 북한에 옥수수 5만t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30일 오후 브리핑에서 “남북이 직접 만나지 않고도 북쪽이 원하는 인수 장소·시기·방법 등 실무적 사항을 문서나 팩스로 알려주면 옥수수를 지원할 수 있다”며 “북쪽의 긍정적 호응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중순 옥수수 5만t 지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간 실무접촉을 북쪽에 제의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한 명확한 공식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이런 무시 태도는 “북의 요청이 있어야 식량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는 남쪽 당국의 애초 원칙에 대해 북이 불쾌감을 나타내 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반응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날 다시 북에 옥수수 5만t을 받아달라고 ‘간청’하다시피 하고 나선 것은 최근 북핵 신고서 제출 등으로 조성된 국제정세 변화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은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다음날인 지난 28일 유엔 등과 함께 대북 식량지원 합의서에 공식 서명하고 50만t 식량 지원에 나섰다. 미국 선박은 1차 지원분인 미국산 밀 3만8000t을 싣고 29일 남포항에 도착해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지난주 판문점 적십자 채널로 북쪽 견해를 다시 문의하자 북쪽 연락관이 ‘옥수수 안 받겠다’고 대답했다”며 “북쪽 당국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통지문을 보내려 했으나 북이 접수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7월 중순까지 북쪽의 답변이 없으면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식량 실사 결과 등을 봐가며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북한에 지원하려는 옥수수 5만t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요청에 따라 지원하기로 했으나 국제곡물가 상승, 중국의 식량 수출 쿼터제 적용 등으로 집행이 미뤄지다, 새 정부 들어 집행이 보류됐던 것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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