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뒤 쪽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가폭등을 부추겼다”면서 강 장관의 경질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강만수 유임 질타…민노·선진도 “여론무시 독선”
야권은 8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대신에 최중경 차관을 교체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리 경질’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국회 개원과 원구성 협상 등을 앞둔 시점에서 대여 압박을 강화하는 고리로 활용하려는 기류도 엿보였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마이동풍, 우이독경’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전날에도 강만수 경제팀의 전면적인 교체를 촉구한 바 있다.
원 원내대표는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인데 어제 개각은 상왕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왕자도 있는 것 같다. ‘만사형(兄)통’이라는 말이 있지만 ‘만사강(姜)통’이라는 말이 새롭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을 상왕에, 강 장관을 왕자에 비유하며 ‘대리 경질’을 꼬집은 것이다. 서갑원 원내 수석부대표는 “야당과 국민, 한나라당과 기업, 시장에서도 한결같이 강만수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만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강 장관 교체를 거듭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번 ‘대리경질’을 여론과 너무나 동떨어진 청와대의 현실인식에서 비롯된 일로 보고 있다. ‘강부자·고소영’에 이어 또 하나의 인사난맥상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땜질 개각’으로 발생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명박 정부 인사의 문제점을 다시 부각시키려는 태세다.
자유선진당은 보유외환을 동원해 환율을 조정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우려를 나타내며 강 장관의 교체를 요구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술이 필요한 것이지 외환보유액을 믿고 국민에게 엄포 놓듯 시장에 겁을 줘서 해결될 일이 결코 아니다”며 “대통령은 즉시 이렇게 무모한 경제팀을 경질해서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형구 민주노동당 수석 부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강만수 장관을 살린 것은 국민과 야당을 무시한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의 정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 안정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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