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운천 전 장관, 김종훈 본부장, 민동석 전 정책관
정운천 전 장관
썩은 나무 한그루만 보면 전부 썩은 것처럼 보여 김종훈 본부장
책임져야 할 문제 있다면 언제든지 책임지겠다 민동석 전 정책관
피말리는 협상 마친뒤 정치적 광란에 휩쓸려 ‘졸속·부실 협상’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미 쇠고기 협상의 직·간접 책임자들인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민동석 농식품부 전 농업통상정책관(협상 수석대표)이 잇따라 협상과 관련한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세 사람은 누리꾼들로부터 이명박 대통령,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과 함께 부실 협상 ‘5적’으로 꼽혀 맹비난을 받아왔다. 쇠고기 협상 실패의 책임을 지고 경질된 정 전 장관은 9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하러) 시청 앞에 간 사람들도 내가 정말 옳기만 한 것인지 돌아보고, 각계 각층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며 “나는 지금 열댓번도 나 자신을 더 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숲속에 들어가 썩은 나무 한 그루만 보면 전부가 다 썩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와서 보면 푸른 숲이 다 보인다”며 촛불집회에서 표출된 쇠고기 협상 반대 여론에 대해 에둘러 비판했다.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을 벌였던 김종훈 본부장도 이날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외교통상부 쪽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책임질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또 민동석 정책관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과거 우루과이 라운드 때나 중국과의 마늘 분쟁 때도 그러했듯이 주요한 통상문제가 지나갈 때마다 협상 일선에 있었던 분들이 사임하는 일이 있었다”면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쇠고기 사태에 대해 “이성보다 감정이 앞선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 농식품부 장관에게 사직원을 낸 민동석 전 정책관도 전날 농식품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저와 농식품부 가족들은 피를 말리는 협상을 마친 뒤 갑자기 닥쳐온 정치적 광란의 파도에 휩쓸리게 되었습니다. 근거없는 괴담과 선전, 선동의 거대한 물결을 온 몸으로 거슬러 나갔으나 귀를 막은 사람들에게는 소용이 없었습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썩은 나무 한그루만 보면 전부 썩은 것처럼 보여 김종훈 본부장
책임져야 할 문제 있다면 언제든지 책임지겠다 민동석 전 정책관
피말리는 협상 마친뒤 정치적 광란에 휩쓸려 ‘졸속·부실 협상’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미 쇠고기 협상의 직·간접 책임자들인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민동석 농식품부 전 농업통상정책관(협상 수석대표)이 잇따라 협상과 관련한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세 사람은 누리꾼들로부터 이명박 대통령,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과 함께 부실 협상 ‘5적’으로 꼽혀 맹비난을 받아왔다. 쇠고기 협상 실패의 책임을 지고 경질된 정 전 장관은 9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하러) 시청 앞에 간 사람들도 내가 정말 옳기만 한 것인지 돌아보고, 각계 각층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며 “나는 지금 열댓번도 나 자신을 더 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숲속에 들어가 썩은 나무 한 그루만 보면 전부가 다 썩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와서 보면 푸른 숲이 다 보인다”며 촛불집회에서 표출된 쇠고기 협상 반대 여론에 대해 에둘러 비판했다.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을 벌였던 김종훈 본부장도 이날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외교통상부 쪽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책임질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또 민동석 정책관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과거 우루과이 라운드 때나 중국과의 마늘 분쟁 때도 그러했듯이 주요한 통상문제가 지나갈 때마다 협상 일선에 있었던 분들이 사임하는 일이 있었다”면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쇠고기 사태에 대해 “이성보다 감정이 앞선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 농식품부 장관에게 사직원을 낸 민동석 전 정책관도 전날 농식품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저와 농식품부 가족들은 피를 말리는 협상을 마친 뒤 갑자기 닥쳐온 정치적 광란의 파도에 휩쓸리게 되었습니다. 근거없는 괴담과 선전, 선동의 거대한 물결을 온 몸으로 거슬러 나갔으나 귀를 막은 사람들에게는 소용이 없었습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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