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유출 공방’ 노림수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 사이의 청와대 자료유출 공방이 전면대결 조짐을 보이면서, 그 정치적 배경과 노림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1일 자료유출 공방과 관련해 “너무 야비하게 한다. 앞으로는 대화를 하겠다면서 뒷조사를 하고 있다”고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날 오전 봉하마을을 방문한 민주당 새 지도부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직접 반격에 나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반격은 일차적으로 현 정부가 자신의 자료열람권 보장 요구는 무시한 채 자신을 부도덕한 인물로 낙인찍는 데 대한 분노의 성격이 짙다.
노 전 대통령 쪽 관계자는 “최근까지 류우익 비서실장 등은 열람권 보장 문제 해법을 계속 얘기해왔고, 곧 결과를 설명해 주겠다고 말했다”면서 “그런데 청와대 관계자가 하드디스크 유출 문제로 뒤통수를 치는 등 야비한 정치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우리에 대한 광범한 뒷조사를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청와대 관계자가 익명으로 노 전 대통령 측근의 뒷돈으로 유령회사를 차렸다는 의혹을 퍼뜨리는 데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를 향해 “너무 모른다“, “사실과 거의 안맞는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분노를 표출하고, 김경수 비서관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실명으로 주장하고 법적 책임을 지라”고 압박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노 전 대통령 쪽은 청와대가 불법 계좌추적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심도 품고 있다.
그러나 국가기록원과 사전 협의없이 방대한 자료를 봉하마을로 가져온 것은 이 정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뒤 쌍방향 토론사이트인 ‘민주주의 2.0’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참여정부 출신 학자들이 싱크탱크 형태의 ‘ 연구재단’을 기획하는 것도 이런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의 공격도 이런 의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노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2.0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대통령’이 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출한 자료들을 이 사이트의 내용적인 기반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이 대북 관련 자료 등을 손에 쥐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강경 대립의 배경에는 차별화를 위한 정치적 힘겨루기 성격도 있어 보인다는 것이 노 전 대통령 쪽 생각이다. 노 전 대통령 쪽 핵심 인사는 “자료는 국정경험을 자서전으로 남기기 위한 열람용이며, 민주주의 2.0은 국민적 토론마당을 열어주는 것으로 전혀 연계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에 여러 차례 설명했다”며 “그런 의심을 하며 공격하는 것은 차별화와 국면전환을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승근 황준범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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