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대통령의 숨겨진 딸 의혹 사건,북핵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지난 22일 오후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한 고영구 국정원장.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국정원, 평창과 자매결연…고영구원장 80년대 국회의원 지낸 곳
국가정보원(원장 고영구)이 ‘농촌사랑 1사(社)1촌(村) 운동’에 참여했다. 농촌사랑운동은 <문화일보>와 농협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농촌사랑 운동을 확산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다.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공동대표 정대근 농협중앙회장)는 지난 3월초 이 운동을 시작해 회원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27일 밝혔다. 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이 농촌의 한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어 직원들에겐 농촌체험 기회를, 일손이 달리는 농촌에는 도움의 손길을 주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왜 이제야 시작됐는지 아쉬울 정도로 꼭 필요한 행사다. 회사원들의 ‘농활’인 셈이다.
한때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 변신을 거듭해 국민 곁에 좀더 다가서겠다는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직원들의 신분노출 우려가 있는 운동에 정보기관이 참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포함해 개운치 않은 대목이 있다.
의문1. 직원들의 신분이 노출될 우려 없나
일단 <연합뉴스>의 보도 내용을 보면 이렇다. “국정원은 26일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1리 수동분교에서 자매결연식을 갖고 도농 교류를 통한 상호 지원과 협력에 앞장서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고 원장을 비롯해 국정원 관계자 50여명과 김진선 강원도지사, 정대근 농협중앙회장, 권혁승 평창군수, 마을주민 등 200여명이 참가했다.(중략) 국정원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농촌 일손돕기와 마을주민 초청, 직원 농촌체험행사 등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해 어려운 농촌지역을 돕는 데 적극 나설 방침이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고 원장이 직접 참석한 만큼 국정원 관계자 50여명 중에는 상당수의 고위 간부들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게다가 농촌 일손돕기와 직원 농촌체험행사라니…. 직원들의 신분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 아닌가. 국정원은 원장을 포함해 정무직 이상의 간부들만 공개할 수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음지’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정원이 이 행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국정원 쪽은 이런 지적에 대해 “행사에는 10여명이 참석했고 사진촬영에는 원장과 기조실장만 응했다”며 “농협이 좋은 취지를 설명하면서 국방부·경찰청도 모두 참여하니 도와달라고 간곡히 요청해 참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국정원 홍보실장은 “농산물 직거래로 도움을 주는 것이 기본이고 일손돕기 요청이 오면 퇴직 직원들을 소개해 도와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마을 분들께도 이런 점에 관해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의문2. 왜 하필이면 강원도 평창인가 고영구 원장의 고향은 정선이다. 평창과 맞닿아 있다. 고 원장은 1980년대 초 영월·평창·정선 선거구에 출마해 11대 국회의원(민한당)을 지낸 적이 있다. 평창도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애초 농협은 국정원의 참여를 요청하면서 평창을 포함해 경기도, 충북 등 세 곳을 후보지로 추천했다. 국정원은 평창을 택했다. 국정원과 자매결연을 맺은 곳이라고 해서 다른 곳에 비해 특별한 이익이 있을까. <강원도민일보>는 27일치 신문에서 자매결연식 소식을 전하면서 “이날 결연식에서 농협중앙회장이 마을발전기금 1000만원을 내놓고 중앙대 국악대 학생들이 공연을 펼치는 등 그동안 1사1촌 자매 결연식장에서 보지 못한 장면들이 연출돼 국정원에 실린 무게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국정원 홍보실장은 “신문이 맛깔스럽게 전하느라 그랬을 것이고 한 곳에만 지원금을 준다면 다른 곳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실무자들이 세 곳을 방문해 실사를 벌였고 평창이 오지이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곳이라 운동의 취지에 가장 적합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고 원장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 원장의 의지가 실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역을 선정하는 단계에서 실무자들이 의중을 미리 살폈을 수는 있다. 국정원의 해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면, 오이밭에서 갓끈을 고친 셈이다. 국정원법에 따르면 국정원의 주요 직무는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 수집ㆍ작성 및 배포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ㆍ자재ㆍ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업무 △형법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중 반란의 죄,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국정원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ㆍ조정 등으로 규정돼 있다. 국가 여느 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기업들의 일이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고 어려운 농촌을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긴 하나, 국가 정보기관은 조금 비켜 서 있더라도 “왜 국정원이 이런 일에 나서지 않느냐”고 비난할 이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국민을 위한 국정원’의 모습이 농촌돕기는 아닐테니까.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일단 <연합뉴스>의 보도 내용을 보면 이렇다. “국정원은 26일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1리 수동분교에서 자매결연식을 갖고 도농 교류를 통한 상호 지원과 협력에 앞장서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고 원장을 비롯해 국정원 관계자 50여명과 김진선 강원도지사, 정대근 농협중앙회장, 권혁승 평창군수, 마을주민 등 200여명이 참가했다.(중략) 국정원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농촌 일손돕기와 마을주민 초청, 직원 농촌체험행사 등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해 어려운 농촌지역을 돕는 데 적극 나설 방침이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고 원장이 직접 참석한 만큼 국정원 관계자 50여명 중에는 상당수의 고위 간부들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게다가 농촌 일손돕기와 직원 농촌체험행사라니…. 직원들의 신분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 아닌가. 국정원은 원장을 포함해 정무직 이상의 간부들만 공개할 수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음지’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정원이 이 행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국정원 쪽은 이런 지적에 대해 “행사에는 10여명이 참석했고 사진촬영에는 원장과 기조실장만 응했다”며 “농협이 좋은 취지를 설명하면서 국방부·경찰청도 모두 참여하니 도와달라고 간곡히 요청해 참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국정원 홍보실장은 “농산물 직거래로 도움을 주는 것이 기본이고 일손돕기 요청이 오면 퇴직 직원들을 소개해 도와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마을 분들께도 이런 점에 관해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의문2. 왜 하필이면 강원도 평창인가 고영구 원장의 고향은 정선이다. 평창과 맞닿아 있다. 고 원장은 1980년대 초 영월·평창·정선 선거구에 출마해 11대 국회의원(민한당)을 지낸 적이 있다. 평창도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애초 농협은 국정원의 참여를 요청하면서 평창을 포함해 경기도, 충북 등 세 곳을 후보지로 추천했다. 국정원은 평창을 택했다. 국정원과 자매결연을 맺은 곳이라고 해서 다른 곳에 비해 특별한 이익이 있을까. <강원도민일보>는 27일치 신문에서 자매결연식 소식을 전하면서 “이날 결연식에서 농협중앙회장이 마을발전기금 1000만원을 내놓고 중앙대 국악대 학생들이 공연을 펼치는 등 그동안 1사1촌 자매 결연식장에서 보지 못한 장면들이 연출돼 국정원에 실린 무게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국정원 홍보실장은 “신문이 맛깔스럽게 전하느라 그랬을 것이고 한 곳에만 지원금을 준다면 다른 곳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실무자들이 세 곳을 방문해 실사를 벌였고 평창이 오지이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곳이라 운동의 취지에 가장 적합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고 원장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 원장의 의지가 실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역을 선정하는 단계에서 실무자들이 의중을 미리 살폈을 수는 있다. 국정원의 해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면, 오이밭에서 갓끈을 고친 셈이다. 국정원법에 따르면 국정원의 주요 직무는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 수집ㆍ작성 및 배포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ㆍ자재ㆍ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업무 △형법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중 반란의 죄,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국정원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ㆍ조정 등으로 규정돼 있다. 국가 여느 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기업들의 일이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고 어려운 농촌을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긴 하나, 국가 정보기관은 조금 비켜 서 있더라도 “왜 국정원이 이런 일에 나서지 않느냐”고 비난할 이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국민을 위한 국정원’의 모습이 농촌돕기는 아닐테니까.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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