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지리원 지명위원회(BGN, Board on Geographic Names)가 그동안 한국령으로 표기해오던 ‘독도-리앙쿠르암’을 25일부터 분쟁지역으로 바꿔 표기하는 한편 별명도 일본 쪽의 지명인 다케시마를 첫번째로 올렸다. BGN 홈페이지
다른 이름도 ‘다케시마’ 먼저 올라…이 대통령, 경위파악 지시
미국 연방정부 내 지명표기의 표준을 정하는 지명위원회(BGN)가 한국령으로 분류해온 독도의 영토주권을 ‘주권 미지정’(Undesignated Sovereignty)으로 지난 25일 변경해, 독도를 사실상 영토분쟁지역으로 구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주 미 의회도서관의 독도에 대한 검색어 변경 시도 등 독도 문제가 이슈화된 상황임에도 주미 한국대사관 쪽은 이 사실을 파악하지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명위원회의 누리집(geonames.usgs.gov)은 이날부터 독도에 관한 기술을 바꿨다. 이전까지는 외국 지명 검색에서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를 입력하면, 독도가 속한 국가(country) 항목에서 ‘바다’(oceans)와 ‘한국’(South Korea)을 표시해왔다. 그러나 독도 영유권 논란이 재점화되자, 중립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독도를 분쟁지역화하기 위해 로비활동을 벌여온 일본 쪽에 맞장구를 쳐준 꼴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는 ‘독도 외교’의 허점을 다시 한번 드러낸 셈이 됐다.
이 누리집에서 독도의 미 정부 표준지명인 ‘리앙쿠르 록스’를 입력하면 뜨는 ‘다른 이름’ 명단도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독도(Tok-to)가 가장 위에 있었으나, 현재는 일본 쪽이 주장하는 다케시마(Takeshima) 뒤로 밀려났다.
주미 한국대사관 쪽은 “지명위원회의 이번 결정 경위에 대해 현재 파악 중”이라고 밝혀,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형편임을 시인했다. 특히 한 대사관 관계자는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바뀌기 직전 리오 딜런 국무부 지명과장대리와 랜들 플린 지명위 사무국장을 만나 독도 지명과 관련한 미 정부의 의견을 문의하는 자리를 가졌음에도 이런 변경 사실에 대해선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지방에서 휴가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이 문제를 보고 받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격노한 뒤, 철저한 경위 파악과 함께 원상 회복을 위한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청와대는 주미 한국대사관 관련자들의 책임 여부 등 이번 사안에 대한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쪽은 “독도에 대한 중립적 명칭인 리앙쿠르 록스로 표기한다는 방침에 따라 데이터베이스를 단순히 정리한 것”이라는 1차적 답변을 해왔다고 외교통상부 관계자가 전했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신각수 제2차관 산하에 독도 태스크포스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이제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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