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남북 이산가족 상봉 현황
2000년 이후 매년 만나…계속될지 불투명
9만 고령가족들 “기다릴 시간이 없는데…”
9만 고령가족들 “기다릴 시간이 없는데…”
남북관계 경색으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해마다 2~3차례 이뤄지던 이산가족 상봉의 연내 실현이 불투명해지면서 9만2천 이산가족(올 6월말 통일부 등록 기준)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발표한 대북 정책의 추진 과제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강조했지만, 자칫하면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온 이산가족 상봉이 물건너갈 상황이다. 정부가 6·15 공동선언 존중 의사 공표 등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당분간 이산가족 상봉 성사는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말 완공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준공식도 못하고 있고, 지난 11일 면회소 관계자마저 철수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산가족 관련 업무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산가족들의 실망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29일까지 이산가족들을 위로하는 행사를 전국 7곳에서 열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통일교육원에서 열린 행사에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정부가 이산가족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믿고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백발의 이산가족들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여든살 이상 고령 이산가족은 3만1천명가량으로 전체 이산가족의 35%다. 정부 관계자는 “해마다 80·90대 이산가족 4천명 안팎이 숨지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애초 정부는 이달 중순 예정됐던 이산가족면회소 준공식을 이산가족 상봉 논의 재개의 계기로 삼으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제9차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제10차 남북적십자회담은 금강산 면회소가 준공된 다음에 금강산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남북적십사회담이 열리면 가을께 이산가족 상봉을 기대했지만 금강산 사건 등 악재가 겹치면서 회담 자체가 물 건너 갔다.
지난해 11월 남북적십사회담에서 올해는 500가족 대면 상봉과 160가족의 화상 상봉에 합의했고, 6·15 공동선언을 기념해 6월15일 100가족 특별상봉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월초 화상편지 시범 교환을 끝으로 이산가족 상봉, 화상 상봉, 생사확인 등 이산가족 만남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남쪽은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와 분리된 인도적 문제로 보지만 북쪽은 당국 관계의 하나로 간주한다”며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논의도 단절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봉 후보자 생사 확인 등 상봉 준비에 두 달가량 걸리고 나이 많은 이산가족의 건강 문제 때문에 겨울철 상봉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중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연내 이산가족 상봉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는 금강산 피격 사건, 당국간 대화 재개 등 남북관계 현안들과 연동해 있다”며 “정부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존중·이행 원칙을 공표해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하고, 금강산 사건과 관련해 합리적인 해결책에 합의한다면 이산가족 상봉도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산가족 상봉이 본격화돼 지금까지 16차례 상봉행사, 7차례 화상 상봉, 1차례 편지교환이 이뤄져 약 2만명의 이산가족들이 북쪽에 있는 가족들을 만났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이명박 정부 들어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서울 수유동 통일교육원 잔디광장에서 열린 ‘고령이산가족 초청 위로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새터민들로 이뤄진 ‘평양통일예술단’의 공연을 보던 중 손수건으로 눈 주변을 닦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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