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양육비 지원’등 이미 발표돼
67개 중 57개가 벌써 추진중인 것
67개 중 57개가 벌써 추진중인 것
청와대와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해 5일 발표한 60여 가지 ‘생활공감 정책’이 ‘재탕’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생활공감 정책 점검회의’에 보고된 생활공감 정책은 ‘잠자는 소득세 환급금 찾아주기’ 등 새로 만든 과제 10가지와, 기존에 각 부처가 계획해 추진 중인 57가지를 포함해 모두 67가지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계획을 보고받고, “제대로 된 생활공감 정책이 되려면 책상에 앉아서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을 포장만 바꿔 재탕하는 자세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참신한 정책들을 내놓기보다는 기존 정책들을 끌어모아 ‘생활공감 정책’이라는 이름만 붙였다는 지적인 셈이다.
실제로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 확대’나 ‘대학생 학자금 대출 이자지원 확대’ 등은 이미 다 발표된 것들이다.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30만원까지 지원한다는 내용도 세제개편과 관련해 두어 차례 발표했던 내용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기숙형 고등학교 지정과 특성화 고등학교 300개 육성, 전문계고 산학연계 강화 등은 ‘생활공감’이라는 주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10대 과제도 정부는 새로운 것이라고 밝혔지만, 빈곤층 어린이 양육비 지원은 ‘보육료를 가계에 직접 지원한다’고 이미 밝힌 내용과 표현만 다르고, 장애아동 재활치료 바우처 확대는 내년 예산 요구안에 이미 포함시킨 내용을 앞당겨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또 각 부처가 보고한 57가지 추진 과제에 대해 “생활공감형 정책으로서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신규 10대 과제 이외의 정책들은 보완할 것을 지시했다고 이 대변인은 덧붙였다.
이 대변인에 뒤이어 브리핑에 나선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대통령의 말씀은 이날 보고된 정책들 가운데 ‘생활공감 정책’으로 분류하기 적합하지 않은 것도 있고, 각 부처가 창의적인 노력을 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며 “67가지 정책은 생활공감 정책으로 분류되든 안 되든 예정대로 실행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혼란을 두고 청와대 안에서는 “애초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전에 충분한 조율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변인이 박 기획관의 브리핑에 앞서 이 대통령의 ‘재탕’ 지적 발언을 소개한 것을 두고, 썩 매끄럽지 않은 사이로 알려진 두 사람의 관계를 드러냈다는 풀이도 나왔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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