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딴 분야 아울러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설명할 때 ‘쇠고기 스타’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당내에 아무런 조직 기반이 없던 그를 당 대표 자리에 올려놓은 말이기도 하다. 최근 민주노동당에서는 이 말이 강기갑 대표 체제 두 달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나타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 대표가 현장성과 헌신성을 무기로 당내 조직과 기풍을 원만하게 정비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반면, 쇠고기 이미지에 갇혀 당의 존재감을 확장시키지 못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7월25일 강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지난 27일 중앙위원회에서 당 조직 체계의 안정 및 당원 참여, 이명박 정부의 공안 탄압에 대한 대응, 민생 실현 사업 전개, 2010년 지방선거 준비 등 올해 하반기 사업기조를 확정했다. 이정희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당직자 인선도 끝냈다. 전체 당원의 절반 수준인 ‘휴면 당원’ 3만5천여명이 앞으로 3개월만 당비를 내면 당원권을 회복시켜주는 ‘대사면령’도 내렸다. 박승흡 대변인은 “지속적인 현장성과 투쟁력이라는 ‘강기갑 정신’이 당의 위기 국면에서 당원들의 호응과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며 “중앙위를 통해 내부 체제 정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당직자들의 출퇴근 시간을 깐깐하게 챙기는가 하면, 뜬구름 잡는 식의 사업계획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의 의정 활동에서 보듯, ‘팩트’를 중시하는 꼼꼼한 일처리가 당내 정치력의 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보좌진은 “반대나 저지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긍정적 내용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대표가 아직까지 ‘개인기’에 의존할 뿐, 당의 전체 조직역량을 가동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 지지율은 6~8%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직된 당 이미지도 여전한데, 당 대표로서 이를 뚫고 나갈 행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강 대표는 농사 짓듯 정치를 한다. 목표를 세우면 우직하게 앞만 보고 가지, 옆을 잘 살피지 않는다”며 “농식품 분야 말고는 강 대표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겸임이라는 과부하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 대표 쪽은 “그동안 경제·외교 분야를 많이 학습해왔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행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구체적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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