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삼 전 대통령이 1일 오후 부친 고 김홍조씨 빈소가 마련된 경남 마산 삼성병원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문을 받은 뒤 손을 잡은 채 배웅하고 있다. 마산/연합뉴스
박 전 대표 이례적 지방 조문…경선 이후 첫 만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버지 김홍조씨의 빈소를 찾았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김 전 대통령이 이명박 당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이후 첫 만남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4시55분께 경남 마산 삼성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김 전 대통령을 위로했다.
김 전 대통령이 “내가 박정희 전 대통령 돌아가셨을 땐, 장지까지 따라갔다.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갔었고 …”라고 말하자, 박 전 대표는 “세월이 많이 흘렀다. 마음이 아프시겠다”고 위로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이 “매일 아침 아버지께 전화드렸는데, 이젠 아침마다 전화할 데가 없다”고 말하자, 박 전 대표는 “생전에 효를 다하셨으니 …, 전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라고 답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하루종일 문상객 받으시느라 피곤하실 텐데 이만 가보겠다”며 자리를 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조문으로 박 전 대표와 김 전 대통령 사이의 ‘앙금’이 해소되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문상을 다니는 경우가 드문데다, 특히 지방까지 문상 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결국 이번 조문을 통해 박 전 대표가 지난 경선과정에서의 ‘섭섭함’을 씻고 김 전 대통령 쪽과 ‘공동의 피해자’로 연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지난 총선의 공천과정에서 김덕룡·박종웅 의원 등 와이에스계가 대부분 배제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쪽의 사이가 벌어져 있다”며 “이번 조문이 한나라당 안 와이에스 측근 의원들과 박 전 대표 쪽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악연까지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기간 공공연히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해 박 전 대표와는 불편한 관계였다. 김 전 대통령은 심지어 경선 기간 김덕룡 전 의원, 서청원·김무성 의원 등을 불러 ‘이명박 지지’를 종용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김 전 대통령은 오랜 정치적 경쟁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여초간 전화통화를 했다. “얼마나 상심되느냐”는 위로에 김 전 대통령은 “감사합니다”라며 짧게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김 전 대통령은 통화를 끝낸 뒤 “나는 그냥 대답만 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마산/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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