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3일 오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여당 ‘부글부글’ …조직혁신·개혁정비·간판급 복귀… 열린우리당이 재·보선 참패의 원인 진단과 처방을 둘러싼 ‘갑론을박’으로 끓어오르고 있다. 당의 체질을 총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당장 ‘이론투쟁’이 치열하다. 유시민 상임중앙위원은 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 내부에 함께 추구하는 가치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단기적 목표, 이를 이루는 수단과 원칙에 대한 뚜렷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당의 정체성 혼란을 지적했다. 그는 “각급 선거에서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한 ‘참극’의 근본 원인은 당 내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며 “당의 조직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 혁신의 요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염동연 상임중앙의원은 기간당원 제도와 공천제도 등 현재의 조직 시스템에서 패인을 찾았다. 6개월 이전에 당원 자격을 갖추고 해당 출마지역에 연고를 두는 현행 제도로는 개혁 인사의 전략 공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염 의원 쪽은 “지금 시스템으로는 10월 재보선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책노선을 놓고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임종인 의원은 홈페이지 글을 통해 “이번 패배는 실용주의 노선 탓”이라며 당의 정책노선을 문제삼았다. 반면, 문희상 의장은 이날 한 강연에서 “민생을 저버리고 개혁만 주장해서 민생의 골을 깊게 하는 개혁이 무슨 소용이냐”며 ‘실용노선’을 옹호했다. 협소한 지지층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희상 의장이 거론한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대표적이다. 임종석 의원도 “지분을 양보하더라도 전략적인 연대를 하지 않고서는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긴 했으나 탄핵의 ‘거품’이 빠져 기반이 좁아진 만큼,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 등 다양한 정파와 폭넓은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문제의식은 민주당이 호남 유권자를 잠식하고, 충청권에서 ‘중부권신당’의 영향력이 건재하는 한 승리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과 맥이 닿아 있다. 이에 대해, 유시민 위원은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보쌈하는 것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싫다고 하는 상대에게 계속 결혼하자고 우기는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선 당의 리더십 문제를 제기한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가 직접 선거지역을 누빈 반면, 열린우리당은 간판급 인사들이 뛰지 않았으니 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수습책은 ‘대권주자 조기복귀론’으로 귀결된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정당의 힘은 리더십과 정체성에서 나오는데, 열린우리당은 둘 다 위기”라며 열린우리당의 ‘이중의 딜레마’를 지적했다. 국민 지지도가 높은 확실한 리더를 내세우거나, 아니면 당의 이념적·정책적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게 해법이라는 얘기다. 열린우리당의 이런 논란은 오는 6일 열리는 상임중앙위원 워크숍과 혁신기구 출범을 계기로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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